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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스스로 계획하는 여행

by 페르세우스



어제 가족들이 저를 두고 외할머니와 함께 며칠 동안 여행을 떠났습니다.


밤에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면서 신나게 숙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솔직히 일정에 대해서는 제가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었기에 별로 묻지를 않았습니다. 장모님과 아내 두 사람이 알아서 하겠거니 싶어서 신경도 쓰지 않은 거죠.


아이가 자신의 컴퓨터에서 파일 하나를 찾아서 엄마에게 보내주라고 부탁하더군요. 알고 보니 여행계획 파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며칠 전부터 뭘 열심히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았는데 바로 그것이었나 봅니다. 하도 열심히 만들고 있길래 뭐냐고 물었더니 프로젝트라고 해서 학교 과제인 줄로 알았죠.

1호의 포항 조사자료




한 녀석은 포항에 대해서 조사하고 한 녀석은 경주에 대해서 조사를 한 것이죠. 아마도 제가 손 놓고 있는 동안 엄마와 사전에 협의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알고 보니 사실 이번 여행은 어른들이 여행을 가는 지역만 정해졌을 뿐이었던 거죠. 현지에 도착한 뒤 가고 싶은 관광지나 식당, 카페들은 어른들의 개입 없이 아이들이 모두 알아보고 정했습니다.

2호의 경주 조사자료




보통 아이들과 여행을 가면 부모가 일정을 정하고 아이들은 통보받기 일쑤입니다. 아이들이 여행에 대해서 무언가를 알아보고 계획하고 정하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할 경우에는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계획하고 원했던 여행이 아니라서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SBS 스페셜>에서 개그맨 정종철 씨 가족이 일본여행을 간 내용이 방송을 탄 적이 있습니다. 가족여행에서 팀을 나눈 뒤 아이들이 계획을 짠 팀과 어른이 계획을 짠 팀이 나뉘어 하루를 보내는 콘셉트였는데요. 아이들이 계획한 여행을 한 팀이 만족도가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아마 더욱 오래 기억에 남았을 겁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되려면 연습이 좀 필요합니다. 저희 집은 예전에 캠핑을 갈 때마다 아이들에게 집에서 캠핑장으로 가는 길에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알아보라고 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여행을 갈 때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맛있는 식당을 하나 찾아보고 알려달라고 하는 정도로 시작해도 됩니다. 그렇게 식당과 관광지를 검색하고 직접 수첩에도 써보고 지도도 찾아보는 방법을 배우다 보면 저런 결과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료를 만드는 데 너무 지나치게 시간을 사용하거나 타이트한 계획을 세우지 않도록 하는 지도도 필요합니다. 주객이 전도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또 제가 예전에 오스트리아, 체코 자유여행을 할 때 5분 단위로 시간 계획을 짰다가 팀원들이 엄청나게 힘들어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계획을 짜서 여행의 시작부터 아이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면 대단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비용 대비 아이의 만족도는 훨씬 올라가고 많은 장점들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아이들도 진정한 여행의 재미를 느끼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한 줄 요약 : 여행, 아이에게 맡겨보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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