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온라인 강의를 하면서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중에서 글쓰기의 중요성도 있었고 감사표현을 잘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죠.
아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지도하기 위해 일기에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쓰라고 합니다. 일명 약식으로 쓰는 감사일기죠.
일기가 여러모로 이렇게 중요합니다.
물론 대단한 내용을 쓰게 하지도 않습니다. 사소한 일이더라도 감사했던 일 딱 세 가지만 쓰라고 하죠. 거창한 내용을 적으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시키려면 부모의 솔선수범만큼 효과적인 부분이 없기에 저 역시 제 일기에 그렇게 적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키려고 마음먹었던 이유는 조그만 일에라도 감사를 표하는 삶의 방식이 다양한 책과 경험을 통해서 마음가짐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믿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감사일기에 대한 내공이 깊은 분들만큼은 되려면 아직 갈 길은 멉니다.
하지만 감사한 내용을 일기에 적을 때만큼은 "내가 오늘 감사할 일이 있었구나"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적지 않은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어른이기에 감흥을 많이 느끼지 못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지금부터 하는 연습이 나중에는 은행의 복리처럼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감사일기를 쓰면서 마음이 많이 불편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최근 다른 분들이 겪은 힘든 상황들을 제 감사일기에 이용했기 때문이죠.
최근 부모님 한 분의 상을 치르신 지인의 빈소에 다녀온 뒤 양가 부모님이 건강하신 점에 대해서 감사했고
친한 형이 요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제 건강이 나쁘지 않음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 벗들 중에서도 가슴 아픈 일에 대해서 글로 공유해 주셨을 때도 제 자신의 삶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위로와 공감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애를 썼지만 이걸 제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이용하는 듯해서 뜻하지 않게 불편해짐을 느꼈습니다.
결국 남의 어려움을 통해서 내가 겪는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니 씩씩하게 극복하자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는 거죠.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감사일기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도 좀 궁금해진 것입니다. 저는 남의 불행을 보며 즐거워하거나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아니니까 신경이 쓰이는 모양입니다.
이런 일들을 좀 더 겸허하게 일상을 감사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아픔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고 그 아픔에 좀 더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생겼고요.
감사일기를 꾸준히 쓰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과도 함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 봐야겠네요. 대화 주제로도 적당할 듯해서요.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한다고 봤을 때 인간이 인간다움을 끝가지 가지는 것은 정말 중요하며 결코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닐 거라는 생각도 문득 해봅니다.
한 줄 요약 : 공감능력을 가지고 그걸 지킬 수 있는 인간이 미래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