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많은 분들이 기다렸던 아이폰 15가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통신사에서는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고 아이폰15에 대한 기사들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벌써 15번째 버전이 나온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스마트폰이 출시된 지도 어언 15년이 넘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최재붕 교수님이 오장칠부(五腸七腑)라고 말씀하셨듯 이 이상한 기계는 인간에게 있어 이제 새로운 장기의 역할에까지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저는 아직 아이들에게 좀 더 자제력을 갖춘 뒤에 스마트폰을 쥐어주겠노라는 소신을 어렵게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바로 내년에 1학년이 되는 큰 조카(처제의 첫째 딸)에게 스마트폰이 필요하냐였죠. 옆에서 듣자 하니 사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여자 아이이다 보니 또래관계의 형성과 관리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말도 하면서 마음을 잡지 못하고 심란해 보였습니다.
저는 일단 묵묵히 듣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저 대신 열심히 처제를 설득하더군요. 아내 또한 제 소신을 잘 따라주고 있는 지지자거든요. 옆에 장모님도 곁에 계셨는데 보통의 어르신들처럼 다른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고 필요하면 사줘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셨습니다.
제가 1학년 때 운영위원을 할 때 반대표 학부모 활동도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1학년 학부모들께 온라인 투표를 돌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이른 시기에 주면 안 된다는 생각 했었습니다. 결과를 받아보니 대부분 제 생각에 동의하는 답변들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1학년 때의 부모님들은 그랬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아이 학교에서 250명 가까이 되는 동급생들 중에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은 1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이 없어서 친구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도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를 초등학교에 6년 정도 보내 보니까 친구관계가 원활하고 하지 않고는 스마트폰의 유무보다는
1. 내 아이가 다른 친구의 눈으로 봤을 때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인가
2. 사회성
3. 사교성
이런 요소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락을 주고받기 힘들다는 이유는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죠. 키즈워치나 폴더폰으로도 간략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통화는 가능하니까요.
보통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 카톡으로 연락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 중에 카카오톡 같은 SNS를 단지 연락의 용도로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무의미한 잡담을 비롯해 다양한 사진, 영상, 링크 등을 주고받는 용도가 더 크죠.
그 자료들에 과연 건전한 내용만 있을까요? 아마 결코 그렇지 않겠죠.
특히 이런 자료들의 심각성을 모르는 아이들은 열심히 서로 주고받습니다. 결국 이런 이력들은 고스란히 증거가 되어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증거자료로 버젓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최근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가 있었는데요.
결과를 보면 우려를 자아내기 충분합니다. 100명 중 7명이 관심군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했기에 스마트폰 있는 1학년만 따로 조사를 했다면 수치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통계의 함정이죠. 제대로 된 사용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수치는 어쩔 수 없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지도는 학교를 통해서 절대 할 수 없습니다. 가정에서 부모들이 엄격하게 해주어야 하죠. 문제는 어른 역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이미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한 명의 약하디 약한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제력을 가지고 사용시간이나 방법에 대해 더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가능하겠다고 생각이 들면 사주겠다고 아이와 공식적으로 합의를 했죠. 그 말인즉슨 아이가 스스로 원한다면 지금부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이 착하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팝콘브레인과 같이 '스마트폰이 뇌발달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기사, 책의 내용들을 수시로 알려주면서 스마트폰 중독 문제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도해 왔습니다. 그 결과 일체의 강제성 없이 아이들도 조금씩 공감대를 형성하며 원칙을 만들게 되었죠.
물론 저 역시 집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칙을 만들고 지키려고 노력했죠. 아이들 앞에서 '아빠는 스마트폰 중독자'라는 사실도 진즉에 인정했습니다.
저도 스마트폰 사용을 해야 하는 상황에는 최대한 눈치를 보면서 합니다. 아이들에게 미리 알려주기도 하고요. 어떤 날은 만화를 보다가 들켜서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아빠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이제 좀 쉬는 건데 너랑 아빠랑 같니?"
"너도 어른되면 할 수 있으니까 공부(숙제)나 얼른 해."
"엄마는 노는 게 아니라 이걸로 일하는 거야."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당당하게 쓴다면 아이는 쉽게 수긍하지 않습니다. 공평하지 않다고 느끼며 더 강한 반발심과 욕망만 생길 뿐이죠.
결국 스마트폰 사용지도 역시 언제나 결론은 같습니다. 부모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이죠.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아직 고민이 많으신 분들은 많은 자료를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를 통해 소신을 가지시고 또 그 소신을 지켜나가실 수 있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