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기사를 보고 정말 부끄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올초에만 해도 한국사능력시험 1급 자격증을 땄다고 잘난 체를 떨었는데 정말 중요한 날조차도 잊고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바로 대한제국이 망하고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치욕스러운 날, 경술국치(庚戌國恥) 일이었습니다. 역사교과서의 용어가 바로 잡히지 못했던 시절에는 을사조약, 한일합방으로 배워왔지만 이제는 을사늑약(1905년 11월 17일)과 경술국치(1910년 8월 29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한때 사내기자 활동을 했을 때 명사들을 많이 만나 뵈었습니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분이 바로 제 학교 선배이시기도 한 서경덕 교수님입니다. 역사왜곡에 분연히 맞서는 보이지 않는 영웅이시죠.
그분께서 오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중요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치욕스러운 역사를 기억하기는커녕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잊어가는 모습을 통렬하게 지적해 주셨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씀하신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이 절로 생각나는 모습입니다.
※ 가미카제(일본어: 神風 かみかぜ, Kamikaze)는 제2차 세계 대전 말기에 전투기에 폭탄을 싣고 적군의 전함에 충돌하여 자살 공격한 일본의 비인간적 특공대
역사를 통해서 인간은 많은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역사는 과거의 사고방식이나 제도 또는 풍습이나 관습을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통찰력과 비판적인 사고능력 그리고 판단력까지 기를 수 있죠.
서애 유성룡이 쓴 『징비록』만 봐도 그렇습니다. 역사책에서 전하는 내용보다 훨씬 더 잔혹했던 그 시대상을 담담하게 적어놓은 글을 읽다 보면 임진왜란이 우리 선조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기억인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결국 기억하고 있어야 다시 당하지 않을 텐데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80년이 다 되어가지만 독일은 언제나 유대인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사과를 합니다. 홀로코스트를 비롯해 그들의 선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죠. 독일 정치인들이 제대로 된 지성인이어서 그럴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유대인이 가진 힘과 경제적인 힘이 두려울 뿐이죠. 전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분야에서 유대인들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떤가요? 이 부분은 각자의 소신과 생각이 있으실 테니 글을 아끼겠습니다. 적어도 확실한 점은 힘이 없으면 당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가 더욱 성장해서 일본이 미국처럼 쉽게 그리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상상으로나마 가져봅니다. 꿈에서라도 한 번 그런 모습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과거는 과거일 뿐 담아두지 말자는 서로 기분이 상했을 때 가족,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나 하는 말이 아닐까요? 우리의 부모님의 부모님 그리고 먼 조상들은 우리에게 이제는 그때의 치욕을 정말 잊어주길 원하고 계실까요?
김한민 감독의 <명량>의 마지막 장면에는 치열했던 명량대첩을 끝내고 난 뒤 배안에서 백성들이 나누는 대화가 나옵니다.
"나중에 우리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 한 걸 알까?"
"모르면 정말로 후레자식이지."
※ 후레자식 : 배운 데 없이 제풀로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적어도 앞으로 역사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하려면 저 역시 오늘을 계기로 우리 역사의 아픈 순간들을 더 기억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경술국치에 대해서 다룬 팟캐스트나 유튜브도 한 번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