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위인이라고 하면 정치인이나 종교지도자 또는 군인, 과학자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많이 변화되어서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는 기업가나 스포츠스타, 아티스트까지도 위대한 인물로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업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한 명 떠올리라고 하면 아마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못해도 세 손가락 안에는 반드시 꼽히지 않을까요?
요즘 온라인서점이나 밀리의 서재를 들어가면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작가가 집필한 작품으로 전기임에도 대중과 언론의 극과 극에 가까운 평가를 냉정하게 써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정말 많습니다. 세계 1위 부자, 미래 산업의 선두주자, 괴짜, 몽상가, 사기꾼, 천재, 영웅, 혁신가, 허풍쟁이, 냉혈한, 관종 등 이렇게 이미지가 다양한 사람도 드물 겁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 또한 극과 극입니다. 누군가는 그를 혁신적이며 위대한 영웅이라 칭송하며, 누군가는 공감능력이 떨어지며 문제가 많은 기업가라며 비난합니다.
이 책에서도 신랄하게 언급되지만 그는 놀랍게도 모든 논란을 쿨하게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네 가지 정도 됩니다.
1. 테슬라(Tesla) : 전기 자동차 및 에너지 저장 설루션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
2. 스페이스 X (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Corp.) : 우주 비행 및 로켓 개발 분야에서 활동하며 화성 인류 이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회사
3. 뉴럴링크 (Neuralink Corporation) : 뇌-기계 인터페이스 및 신경 과학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뇌와 컴퓨터 간의 연결을 통해 의료 및 신경 과학 분야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회사
4. 비톤 컴퍼니 (Boring Company) : 지하 터널 및 교통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도시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하 터널 시스템을 연구하는 회사
전기자동차를 만들어 내던 사람이
몇 년 뒤에 화성으로 진출하겠다고 하고
도지코인이라는 이상한 암호화폐로 장난을 치는가 싶더니
갑자기 트위터를 인수하고 저커버그랑 격투기를 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의 뇌에 칩을 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합니다.
확실히 정상인의 범주에 들어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죠.
과연 칩 자체는 안전한가?
배터리의 성분이나 재질이 뇌에 무해한가?
이식이나 제거를 할 때 뇌손상은 없는가?
이런 여러 우려들로 인해 이미 올해 3월에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임상실험에 대한 거부를 받았으나 다시 허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임상실험의 대상은 신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마비되는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뉴럴링크는 만약에 로봇이 함께 집도하는 수술을 통해 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 칩을 통해서 생각만으로도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거나 타자를 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사실 이미 뉴럴링크의 경쟁업체인 싱크론은 2021년 7월에 심각한 마비를 앓는 사람에게 칩 이식하는 인체실험을 승인받은 상태였기에 이 실험이 빠르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일론 머스크라는 존재감이 워낙 크다 보니 이 뉴스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실험이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습니다.
과연 이 칩을 영화 <킹스맨>에서처럼 제작하는 측에서 악용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누가 제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죠. <킹스맨>에서는 사무엘 잭슨이 배역을 맡은 거대 테크기업의 회장 발렌타인의 음모가 나옵니다.
그는 처음에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려고 하는 선한 인물로 나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죠. 결국 지구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인류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에게 무료 전화, 무료 인터넷이 제공하는 유심 칩을 배포한 뒤, 그 유심칩에 폭력성을 증폭하도록 만드는 신경파를 나오게끔 합니다. 사람들끼리 서로 죽이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죠.
대신 자신이 선택한 권력자나 부자들과는 자신의 계획을 공유하고, 신경파를 차단시키는 칩을 목 뒤에 이식합니다. 이 칩을 마지막에 모두 폭발하게 만드는 장면이 영화 클라이맥스에 나오는데 뉴럴링크의 이 실험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그 장면이 순간적으로 연상되었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뇌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나 칩에 대한 안정성은 둘째 치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한 마디도 떠올랐죠. '내 뇌를 부탁해, 뉴럴링크!'
물론 아직 기술이 완벽하게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상상력은 지나친 비약으로 치부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고민을 해야 할 날은 언젠가는 온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인간의 수명과 능력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좋은 결과만 있을지 아니면 거대 테크기업에 인간이 종속되는 무서운 결과를 낳을지 그 결과가 정말 궁금해집니다.
그는 TV쇼에 출연했을 때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혹시 저 때문에 감정이 상한 사람이 있다면, 그저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저는 전기차를 재창조했고, 지금은 사람들을 로켓선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인 친구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 일론 머스크, [새터데이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해서
뇌와 기계를 연결하려는 그의 시도는 과연 어떤 결과물을 가져올까요?
그리고 만약에 지금보다 기술이 훨씬 더 발달하고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내 뇌를 누군가에게 맡길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면 나는 계속 칩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고 나라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일론 머스크와 같은 사람들이 이끄는 거대 테크 기업들이 추구하는 기술의 발전은 점점 더 인간에게 어려운 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이래서 철학이 필요한지도 모르겠고요.
한 줄 요약 : 일론 머스크를 보면 무언가에 미쳐야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