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날씨가 엄청 추워졌습니다. 수능한파라고 하더니 수능 때는 흔치 않게 비가 오지를 않나 그다음 날에는 눈발이 날리는 곳이 생기더니 오늘은 전국 각지에서 눈소식을 전해오시더라고요.
그런데다 기온은 점점 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더니 오늘은 한겨울 날씨처럼 영하권이 되었습니다. 사계절을 가진 우리나라 기후는 많은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고는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보여주는 다양한 풍광들은 큰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런 장점을 기꺼운 마음으로 즐기시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확실히 그러지 못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추위에 점점 취약해지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죠.
어제는 영하의 날씨가 아님에도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 역까지 가는데 손이 시려서 장갑을 들어가서 부랴부랴 꺼내오기까지 했습니다. 저녁에는 잠시 외출을 하고 왔음에도 온몸이 움츠러들어서 에너지가 더 소모된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분명히 그저께까지만 해도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하늘을 즐기고 있었는데 너무 날씨가 들쭉날쭉합니다.
그런 와중에 아이들은 추운 날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제 눈이 왔지만 많이 오지 않아서 진지하게 안타까워합니다. 확실히 세대차이를 느끼지 않으려고 말과 행동에서 노력하지만 이런 점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우리나라와 각국 기상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겨울에 대한 예상은 비슷합니다. '장담할 수 없지만 확률적으로는'이라는 단서를 달아서 발표를 합니다. 예년과 비슷할 확률 절반, 예년보다 좀 더 따뜻할 확률 절반이라고 말이죠. 기사를 정독했는데 예보관계자가 어찌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말씀을 하시는지 '어쨌거나 겨울이니까 춥지 않겠냐'는 소리 같습니다.
어차피 한국에 사는 이상 지금 시기의 추위는 어쩔 수 없는 흐름입니다. 좀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프면 저만 손해니까요.
마음 같아서는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집에서 잠만 자고 싶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손발이 시려운 느낌도 좋지 않고 추워지니까 나가기도 귀찮아질때도 많습니다. 연말에 일정과 약속을 잡자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번잡스럽게만 느껴집니다. 사람을 만나고 맥주라도 한 잔 하고 들어올 때면 몸이 차가워져서 그런지 항상 덜덜 떨면서 들어올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도 이럴수록 좀 더 가슴을 펴야겠습니다. 겨울을 조금 더 즐거운 마음으로 보낼 고민도 해봐야겠고요. 겨울이 없는 곳으로 떠나든지 겨울을 없애버릴 수 없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