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새로운 식물 식구들을 모셔오기 위해서였죠. 잠시 쉬었단 식집사활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그동안 돌보던 두 녀석이 먼 길을 떠나버렸는지라 집이 좀 휑해져서였습니다. 거기에 오랜 시간 동안 비워두었던 커다란 하트 알로카시아 화분도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떠나버린 녀석들
그동안 책을 마무리하고 출간한 뒤 홍보하고 북토크까지 챙기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몸의 바쁨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이니 아이는커녕 화분은 제대로 챙길 수 있었을 리 없었죠. 이제 곧 겨울도 다가오고 외출도 줄어드는 마당에 푸르른 식물들이 집을 좀 더 활기차게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들도 동기부여가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새로운 친구들이 오면 좀 더 신경을 쓸 수도 있을 테고요.
어디에 가서 새 식구를 받아올지 고민을 했습니다. 화원이야 많지만 그래도 예전에 가본 적이 있는 곳이 조금 더 낫겠다 싶어서 하남 방향에 있는 화원단지촌으로 향했습니다.
예전에 와봤던 곳이라 저는 익숙했지만 사장님은 저를 처음 보시는 듯하더군요. 기억하고 계셨다면 깎아달라고 했는데 난감해집니다. 만약에 의도된 연출이라면 대단한 연기력이십니다. 제가 원체 나잇값을 못하는 모습이라 웬만하면 까먹는 비주얼이 아니라고들 하셨거든요.
어떤 식물을 고를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값이 그리 부담되지 않고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되며 잘 죽지 않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녀석들을 골랐습니다.
이번에 새로 들여온 친구는
스노우사파이어
카랑코에
올리브
호야
이렇게 네 친구입니다.
사장님이 화분을 열심히 세팅해 주시는 동안 저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친구가 나타나는 바람에 정신을 모두 빼앗겨버린 것이죠. 화원의 마스코트이자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는 포메라니안 댕댕이 하나가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만나는 데도 반가워해줘서 저도 함께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화분 네 개를 다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귀찮게 왜 사 왔냐고 말을 하는데 막상 화분을 가져다 놓으니 차곡차곡 예쁘게 잘 모셔놓습니다. 물 주는 날도 정확하게 알아왔으니 다시 이번 겨울을 식집사 놀이를 하며 즐겁게 보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