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이들과 한국단편소설모음집 책에 있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함께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역설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죠.
문학에서는 역설적인 표현을 쓰지만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밖으로 쏟아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좋지 않은 일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때면
"오늘 일진이 진짜 안 좋네"
"오늘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
"요새 하는 일마다 자꾸 꼬이네"
"요즘 되는 일이 없네"
"마(魔)가 끼였나, 정말 왜 이러지"
"나한테만 계속 왜 이런 일이 생기지?"
보통 위와 같은 표현은 입에 착 달라붙어서 자신도 모르는 새에 밖으로 나오고는 합니다. 이런 불운한 상황들을 모아서 보통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오늘 제가 아침에 출근할 때도 이처럼 불운한 상황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기는 했습니다.
먼저 집 앞의 버스는 제가 정류장에 막 도착할 때 출발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거의 4~5초 차이였죠.이미 정류장까지 뛰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더 뛸 수도 없었습니다. 버스기사님과 아이컨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던지라 아쉬움이 컸죠. 4분 뒤에 온 다음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갔습니다.
2호선을 타려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15~20초 차이로 전철은 출발한 상태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헐레벌떡 뛰어올라갔지만 열차는 이미 떠난 후였습니다. 아쉬움을 삼킨 채 또 4분을 기다립니다.
3호선으로 갈아타려고 할 때는 아예 지하철 전광판 대기라인에 다음 열차가 없어서 5분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몇 년 동안 이 길을 출퇴근했는데 경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주말이라 시간 간격이 더 길어서 그랬겠죠. 마지막에는 회사 바로 앞 신호등까지 타이밍이 맞지 않습니다. 지각의 위기가 도사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교대근무를 하고 있기에 약간의 출퇴근 시간에 융통성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음 근무자가 늦으면 전 근무자의 퇴근이 늦어져서죠. 그렇기에 따로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지 않더라도 암묵적으로는 엄격하게 지키니까요.
그런데다 전 근무자가 좀 껄끄러운 분이셨기에 1분이라도 늦었다면 마음이 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렇지만 다행히도 제가 할 수 있는 영역, 그러니까 평소보다 5분 정도 일찍 나오고 역에서 회사까지 부지런히 뛴 덕분에 늦지 않게 근무교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출근시간의 일들을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진짜 재수가 없네"라는 말 대신
"와.. 오늘 진짜 여러 가지로 타이밍 대박이었네..."라고 말이죠.
말이 갖는 힘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힘을 두려워하고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당연히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표현들이 적지 않죠.
그럼에도 계속 그 교훈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오늘도 출근하는 동안 잠시 위기가 있었지만 부정적인 고리를 끊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다행히도 근무교대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죠. 아마 계속 구시렁거리면서 투덜대고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이제는 이런 일 정도로 부정적인 말을 내뱉지는 않을 정도로 성장한 모양입니다.
나쁜 말이나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말을 왜 하는지도 새삼 깨닫습니다. 주위에서도 감사챌린지라는 이름의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단톡방에 감사할 만한 내용을 올리고 있죠. 활동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도 감사일기를 단톡방에 적고 계시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요즘 일기장에 감사일기의 분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습관이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인다면 샐리의 법칙처럼 앞으로도 감사한 일들이 더 이어지지 않을까요?
한 줄 요약 :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는 말은 흘려들을 말이 아니라 항상 새겨놔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