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눈발까지 잠시 날리는 흔치 않은 날입니다. 월요일부터 비가 내리더니 봄비처럼 사흘 내내 비가 내리는 기이한 날씨였습니다. 이대로 꽃피는 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듭니다.
오늘은 둥이들이 입학할 중학교의 예비소집일이었습니다. 오후 2시까지 가면 되는데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1. 시간에 맞게 자신의 학교에 가서
2. 복도에서 자신의 반을 확인한 뒤 해당 반으로 이동
3. 제출하라고 한 서류를 선생님께 내고
4. 나눠주는 책을 받고
5. 추가로 알려주는 내용을 적어서
6. 기분 좋게 집으로 온다
아주 간단합니다. 까막눈만 아니라면 할 수 있을 정도죠.
하지만 아직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느껴져서 그런지 오늘따라 출근을 하고 나서 계속 전화를 챙기게 되더군요. 아직 제가 좀 더 내려놓지 못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예비소집일 날 임시반에서 정식반으로 배치되어 같은 반 아이들과 대면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도 있었죠.
아이들 또한 중학교 생활에 대해서 걱정이 적지는 않습니다.
제가 그런 이야기들이 나올 때마다 다독거리고 격려를 하며 안심시키려고 노력하지만 그러면서도 저 또한 둥이들 모르게 불안해하고 있었죠. 중학생 때가 워낙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보니 부모도 덩달아 같은 반 친구들이 누가 될지부터 여러모로 많은 부분들이 신경 쓰였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이 같은 반을 하기로 했음에도 말이죠.
초등학생 시절에 저는 아이에 대한 관심이 많은 아빠였습니다. 그와 더불어 불필요한 걱정이 많은 아빠이기도 했죠. 그렇다고 만사에 예민하게 굴지는 않았습니다. 밖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아내에게 잔소리를 한다거나 혼자서 머릿속으로 걱정이 많은 방식이었죠. 이 정도면 딸은 어떻게 키웠을까 싶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저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딸이 없다는 점이 참으로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중학교 때부터는 좀 더 스스로 아이가 고민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주도록 애써봐야겠습니다. 저나 아이들에게도 바람직하기 않기 때문이죠.
부모가 나서는 영역이 점점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예 손을 내려놓으라는 의미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아직 하기 어려운 부분에 한해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어야겠죠.
반이 확정되고 편성표를 통해 동급생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나니 또 하나의 언덕을 넘은 듯합니다.
예비소집에 다녀온 뒤 둥이들과 전화통화를 하는데 행복이는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다섯 명이나 다시 만났는데 건강이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책도 13권이나 받아와서 엄청 무거웠다고 하는데 이제 진정한 중학생으로서의 삶이 다가온 듯해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엿한 중학생이 될 수 있도록 아이를 초등학생처럼 대하지 않는 데부터 시작해서 저 또한 어엿한 중학생의 학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한 줄 요약 : 아이는 스스로 자라지 않는다. 부모도 함께 성장해야 아이도 그 모습을 통해 자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