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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슈페너 Jan 30. 2020

항공산업의 발전이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는 불확실한 불안과 싸워야 하는 무기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의 행복임을 가르쳐 주듯 개운치 못한 찝찝함이 얼마나 더 계속될지 알 수 없다. 불안이 커지면서 여기저기에 걱정과 우려를 넘어 집단 히스테리 증상들이 보인다. 이미 발생의 근원지인 우한은 통제력을 잃고 국가의 지휘 아래 놓였고, 바이러스에 잡혀 먹은 도시는 더 이상 인간이 지배하는 도시가 아니다. 아마도 현장은 기사나 화면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치열할 것이 자명하다.


 눈에 띄는 것은 우한 폐렴의 세계 확산을 가장 먼저 예측한 것이 캐나다 인공지능(AI)이었다는 기사였다.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로 인해 캐나다에서 44명이 사망했다. 당시 토론토 세인트 마이클 병원 임상의였던 캄란 칸 박사는 이를 계기로 감염병의 국제 확산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2013년 블루닷(BlueDot)이란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세계 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I)보다 먼저 우한 폐렴의 확산을 경고했다. 블루닷은 현재 65개국의 뉴스, 가축 및 동물 데이터, 모기 등 해충 현황, 국제항공 이동 데이터, 기후변화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뒤 각국 정부 및 공공 분야 전문가들에게 발송해 주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블루닷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항공산업의 발전이 호흡기 감염병의 급속한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블루닷’에서는 의사, 수의사, 수학자, 데이터 분석가, 통계학자 등이 일하고 있다.- (중앙일보 2020.01.29)

캄란 캄 박사, 블루 닷 창업자. 사진= 블루닷 홈페이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항공산업의 발전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항공기는 전쟁의 무기로 바뀌면서 진화를 거듭했고,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지 못하는 나라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국경을 넘는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많은 분야의 교류와 비즈니스, 여행, 유학, 이민 등 다채로운 방식의 삶의 형태를 만들어 냈다. 어느 한 곳에서 생긴 문화는 이웃의 나라를 넘어 더 먼 곳으로 까지 닿을 수 있고,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고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 많은 것들 속에 바이러스도 있다. 바이러스는 항공기를 이용하여 둥그런 지구를 돌고 돈다. 나라마다 정치적, 경제적 요구가 다르고 민족적 정서와 인간적 갈망이 다르다 할지라도, 같이 헤쳐 나가야 하는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화된 모습으로 우리를 고민에 빠뜨릴 것이다.


인간이 살 수 있는 다른 행성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상, 결국 우리는 하나이다. 


‘블루닷’에서 각국의 뉴스와 기후, 동물, 곤충에 이르기까지 모든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지구는 각자의 나라가 아닌 같이 상생하며 나아가야 하는 둥근 존재라는 자각에 있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 뒤에 '국가'라는 개념은 형태만을 유지한 채, 국경의 의미는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 국가 간의 거래는 경제 논리와 같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삶과 죽음 앞에서 그들은 모호하고 복잡한 매개의 변수를 가지고 거래를 한다. 어디까지가 반 인륜적인가 하는  도덕적 판단은 국가의 명분 앞에 일 순위가 아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는 “사람은 언제나 동포의 도움을 얻을 일이 있다… 그들의 자기애를 자극하면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저녁을 먹게 되는 것은 정육점 주인이나, 빵 가게 주인이 자비로운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성이 아니라 자기애에 호소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아담 스미스가 이야기했듯 자국민의 안위를 위한 조치도 그들의 자비나 인류애가 아닌 국가의 이익에 호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을 구하는 일도 국가 간 어느 정도의 계략적 위신을 세워 주면서, 이익과 품위를 인정해주는 배려의 형태가 된다.

각자 살길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서로의 원하는 바를 주고받는 정치적 행위이다.

누구도 지구가 멸망하길 바라지 않는 한 이러한 거래는 계속될 것이고, 요번 우한 폐렴 사태서도 국가 간 실리의 수 싸움은 물 밑에서 치열하게 교전 중이다.


*WHO의 뒤늦은 비상 선포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암시한다.



인간은 유기적인 생물이다.

그럼에도 그다지 훌륭하지도, 인격적인 미덕을 갖추지도 못했다.

게다가 이기적이다.

위기 앞에서 개인이나 공동체, 국가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며, 심지어 자국민의 희생을 감수하기도 한다.

안정적인 상태에서는 멋진 품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여러 변수 앞에서 인간은 쉽게 흔들린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지나가면 불쾌하게 쳐다본다.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흠칫 놀라며 그 사람은 잠정적 바이러스 균 덩어리로 치부된다. 마스크가 답답하여 잠깐 벗고 맑은 공기를 마시다가, 사람이 다가오면 급하게 뒤집어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서로 버튼을 누르지 않으려 눈치를 본다. 병에 걸린 사람은 공공의 적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며 분리되고 있다.

슬프지만 우리의 모습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불안한 탑승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일이 그럭저럭 지나간다 해도 또 다른 바이러스의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과연, 인류는 모두를 만족시킬 해법을 찾고 특정 지역, 인간을 희생시키지 않으며 보편적 행복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거대한 공간 안에 함께하는 인류가 표류하지 않고, '천년의 관점'에서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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