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광우 Mar 13. 2023

드라마를 좋아하세요?

 언젠가부터 드라저씨가 되었다. 아마도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는 얘기가 들리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저녁 늦은 시각에 TV를 보는 아내 옆에 앉아있다 우연히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때로는 애잔하게 또 때로는 통쾌하게 만드는 장면들은 나를 푹 빠져들게 만들어버렸다. 결말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순간순간마다 사람을 가슴 졸이게 하고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좋은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직업적인 작가는 아니어도 글쓰기를 즐겨하는 나였다. 그런 나에게 가장 곤혹스런 일 중의 하나는 글감을 찾는 것이었다. 드라마는 이따금씩 나의 고질적인 고민들을 해소해주는 좋은 열쇠가 되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대사에서 또 기발한 소재에서 그리고 흥미를 배가시키는 극의 구성에서 난 종종 내 글의 힌트를 얻곤 했다. 드라마폐인 운운하며 그 폐해를 주장하는 일부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절대 그들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무슨 일이든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자주 하다보면 저 나름의 전문가가 되는 법이다. 드라마와 함께 하는 세월이 늘면서 나 역시 드라마의 고수가 된 것인지 나만의 감상비결이 생겼다. 덕분에 드라마를 보면서 후회하거나 실망하는 경우가 거의 없게 되었다. 그 말은 적어도 드라마로 인해 나의 귀중한 시간이 낭비되는 경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걸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가장 먼저 난 본방사수를 엄금한다. 드라마에 구속되는 것 자체가 싫은 까닭이다.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는 행동이야말로 시간의 노예가 되는 일이다. 당연히 내가 이용하는 건 OTT(Over The Top)서비스다. 그 중에서도 작품은 종영된 걸 선택한다. 종영되지 않은 경우 이미 게시된 영상을 다 보고나면 자연히 다음 편을 기다리면서 얽매이게 될 확률이 높다.  

 주말드라마나 아침드라마는 가급적 피한다. 대체로 그것들은 전체 횟수가 많은 편이다. 50회를 넘는 것은 물론 더러 100회가 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드라마의 문제점은 대부분 각본이 완성된 상태에서 첫 시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참 드라마가 전개되는 과정 중에 작가는 각본을 이어간다. 그건 내용이 순수하게 작가의 의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청률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된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되는 순간 구성이 뒤죽박죽되거나 스토리의 앞뒤연결이 매끄럽지 않기 십상이다. 

 공인된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데이터는 말 그대로 과학이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시청률과 시청자평점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데는 당연히 합당한 이유가 따르는 법이다. 다행히도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 그걸 찾아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종영된 드라마라면 더욱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별로 비교도 할 수 있으니 자신만의 적당한 기준을 설정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 상태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것을 선정하면 된다. 다만 동일한 사이트에서 그 기준을 적용시켜야 데이터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점만 염두에 두면 된다. 

 소설이든 웹툰이든 원작이 있는 것이라면 난 거의 무조건 선택하는 편이다. 기존의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었다는 말은 그것이 방송사와 방송작가, PD와 같은 프로그램 관련자들이 하나같이 성공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재미와 수준을 보장하는 요소로 그것 이외에 무엇이 더 있겠는가. 일종의 흥행보증수표가 아닐 수 없다. 

 드라마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상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선택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면 지금부터는 어떻게 시청할 것인가를 두고 얘기해보고자 한다. 이것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러는 순간 드라마의 재미는 반감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내가 매일같이 습관처럼 행하는 일 중에는 반신욕과 달리기도 포함되어있다. 이 둘의 공통점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그 순간만큼은 꽤나 힘이 든다는 점이다. 달리기의 힘듦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뜨거운 물속에서 삼십여 분을 견디는 것 또한 여간 인내심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때마다 난 인내심의 도우미로 드라마를 이용한다. 바깥에서 달릴 때야 그렇지 않지만 실내에서 트레드밀로 달리기를 대신할 때면 드라마와의 병행은 충분히 가능하다. 반신욕 중에도 욕조덮개만 준비하면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일이 간단히 해결된다. 드라마시청은  그렇게 고통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드라마폐인은 몰아보기 때문에 발생한다. 드라마의 각본쓰기 정석 중에는 한 회분이 끝나는 시점에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최대화시키라는 것이 있다. 그렇게 해야 다음 회의 시청을 쉽게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몰아보기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많다.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미국드라마를 보면서 도저히 시청을 중단할 수 없어 하루 종일 거기 매달린 적도 있다.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드라마보기 중단지점으로 난 한 회의 종료지점이 아닌 중간지점을 선택한다. 궁금증을 줄임으로써 쉽게 모니터를 끄게 하려는 일종의 묘수다. 사실 그 방법으로 난 상당한 효과를 보는 중이다. 

 물론 이 모든 방법들이 만능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우리 주변에는 그 어떤 것도 변화시키고 마는 세월이라는 놈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드라마의 형태나 소재, 방영방식, 매체와 같은 요소들은 앞으로 끊임없이 진화해나갈 것이다. 그럴 때면 감상법 또한 적절히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훌륭한 방안은 나 자신이 변화하는 것이다. 또 사람마다 엄연히 개성이라는 게 존재하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의 모든 병을 고치는 만병통치약이란 없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틀을 완성하는 일이다. 그 틀을 몇 가지로 요약 정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누구든 드라마감상의 고수로 인도해주는 훌륭한 매뉴얼이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 중에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시행착오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실패하지 않기 위해 하는 실수쯤은 얼마든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모든 사람들이 드라마로 행복해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아내가 육백만 원을 주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