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성미남 Dec 23. 2022

슬픔이 쌓이는 속도

영화 '초속 5센티 미터 ' 를 보고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센티 미터 "


벚꽃이 떨어지는 그 아름다운 속도가 두 사람의 시간엔  참으로 더디게 흘러갔던 장면들.


타카키와 아카리는 첫사랑의 기억을 품고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잦은 전학의 이유로 함께 진학하지 못하게 되었던 이유도 그 둘의 잘못은 아니었음에도


아카리는 타카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연신 말하고 만다.


타카키에게 아카리는 정신적으로 이어진 그 무엇이 있다고 믿었고,


계절이 몇 번 지나고 난 뒤


아카리가 살고 있는 곳 "이와후네"로 가게 된다.


어린 나이였기에 타카키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이와후네로 가는 여정을


줄곧 걱정해하며, 배고픔도 참아 가며 폭설로 자꾸만 연착되는 전철과 기차를 몇 번이고


갈아타며, 아카리가 기다리고 있는 역으로 가고 또 간다.


그 둘의 기다림과 재회의 설렘을 지켜보는 나에게 예기치 못한 폭설은


너무나 안타까웠고, 타카키의  오랜 시간의 여정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아파왔다.


아마도 그건 내 어릴 적 추억의 단편이 겹쳐져 보였기 때문 인 것 같았다.


국민학교 6학년 나의 첫사랑 은  단정한 단발머리의 소녀였다.


옆자리에 앉고 싶어서 매번  자리 이동을 할 때면,


마음속으로 그 작은 마음속으로 " 제 옆자리에 오게 해 주세요 "라고


기도를 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소녀에 대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눈이 내리던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이브 날


서툰 솜씨로 만든 빨간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들고 그 소녀의 집 우체함에


떨리는 손으로 넣어두고 누가 볼까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뛰어온 기억.


첫사랑은 그렇게 떨림의 연속이었다.


타카키와 아카리가 만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여기서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 풋풋하고 아릿하고 너무나 맑은 그 첫사랑의 감정을


단 몇 줄의 글로 넘겨 버린 다는 건  내 감성이 용납하지 않으니까.




초속 5센티 미터  극장판은 총 3화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다.


그 시간의 흐름은 지극히 평범했으며, 그 평범한 시간 속에 성장해 가는 타카키 주변의


엇갈린 감정을 갖게 되는 "카나에"와 "미즈노"가 있을 뿐이다.




문득 그 말이 생각이 났다.


남자는 첫사랑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는 말.




타카키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이렇게 독백한다.


" 그저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뿐이고 슬픔이 여기저기 쌓여만 간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교묘하게 겹쳐진다.


그 장면을 몇 번이고 보고 또 보면서,


타카키와 같은 옅은 미소를 짓게 되고 마는.




영화 초속 5센티미터는 잃어버린  감정을 한순간 일깨우는 마법과도 같은 영화이다.


그 마법 덕분에 이 글을 쓰게 되었고,


이 감정을 당분간  품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카리가 타카키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할 때 스쳐지나갔던 안부인사를

영화" 러브레터" 의 여 주인공이 눈 덮인 설산을 보며 외쳤던 그 안부인사를  이곳에 남겨둔다.


            おげんきですか ( 오겡끼 데스까)?



(못다한 이야기)


익숙해진 집을 떠나 일 때문에

낯선곳에서 보내는 두번째 밤에 자연스럽게

미루어 두었던 영화 초속 5센티 미터를 보고  적적함을

달랬네요. 좀더 일찍 왜  이 영화를 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됬습니다.  

감정 의 소중함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장통(成長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