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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감성사이
슬픔이 쌓이는 속도
영화 '초속 5센티 미터 ' 를 보고
by
인성미남
Dec 23. 2022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센티 미터 "
벚꽃이 떨어지는 그 아름다운 속도가 두 사람의 시간엔 참으로 더디게 흘러갔던 장면들.
타카키와 아카리는 첫사랑의 기억을 품고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잦은 전학의 이유로 함께 진학하지 못하게 되었던 이유도 그 둘의 잘못은 아니었음에도
아카리는 타카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연신 말하고 만다.
타카키에게 아카리는 정신적으로 이어진 그 무엇이 있다고 믿었고,
계절이 몇 번 지나고 난 뒤
아카리가 살고 있는 곳 "이와후네"로 가게 된다.
어린 나이였기에 타카키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이와후네로 가는 여정을
줄곧 걱정해하며, 배고픔도 참아 가며 폭설로 자꾸만 연착되는 전철과 기차를 몇 번이고
갈아타며, 아카리가 기다리고 있는 역으로 가고 또 간다.
그 둘의 기다림과 재회의 설렘을 지켜보는 나에게 예기치 못한 폭설은
너무나 안타까웠고, 타카키의 오랜 시간의 여정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아파왔다.
아마도 그건 내 어릴 적 추억의 단편이 겹쳐져 보였기 때문 인 것 같았다.
국민학교 6학년 나의 첫사랑 은 단정한 단발머리의 소녀였다.
옆자리에 앉고 싶어서 매번 자리 이동을 할 때면,
마음속으로 그 작은 마음속으로 " 제 옆자리에 오게 해 주세요 "라고
기도를 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소녀에 대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눈이 내리던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이브 날
서툰 솜씨로 만든 빨간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들고 그 소녀의 집 우체함에
떨리는 손으로 넣어두고 누가 볼까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뛰어온 기억.
첫사랑은 그렇게 떨림의 연속이었다.
타카키와 아카리가 만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여기서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 풋풋하고 아릿하고 너무나 맑은 그 첫사랑의 감정을
단 몇 줄의 글로 넘겨 버린 다는 건 내 감성이 용납하지 않으니까.
초속 5센티 미터 극장판은 총 3화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다.
그 시간의 흐름은 지극히 평범했으며, 그 평범한 시간 속에 성장해 가는 타카키 주변의
엇갈린 감정을 갖게 되는 "카나에"와 "미즈노"가 있을 뿐이다.
문득 그 말이 생각이 났다.
남자는 첫사랑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는 말.
타카키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이렇게 독백한다.
" 그저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뿐이고 슬픔이 여기저기 쌓여만 간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교묘하게 겹쳐진다.
그 장면을 몇 번이고 보고 또 보면서,
타카키와 같은 옅은 미소를 짓게 되고 마는.
영화 초속 5센티미터는 잃어버린 감정을 한순간 일깨우는 마법과도 같은 영화이다.
그 마법 덕분에 이 글을 쓰게 되었고,
이 감정을 당분간 품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카리가 타카키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할 때 스쳐지나갔던 안부인사를
영화" 러브레터" 의 여 주인공이 눈 덮인 설산을 보며 외쳤던 그 안부인사를
이곳에 남겨둔다.
おげんきですか ( 오겡끼 데스까)?
(못다한 이야기)
익숙해진 집을 떠나 일 때문에
낯선곳에서 보내는 두번째 밤에 자연스럽게
미루어 두었던 영화 초속 5센티 미터를 보고 적적함을
달랬네요. 좀더 일찍 왜 이 영화를 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됬습니다.
감정 의 소중함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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