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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성미남 Dec 23. 2022

당신의 김지영은 안녕하십니까?

영화 '82년생  김지영'를 보고


평소 나의 영화 관람 습관을 봐서는 , 보고 싶은 영화 가 나오면 망설임 없이

보는 인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 " 82 년생 김지영"은 몇 번을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보게

되었다. 아마도 그녀의 이야기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나 보다.

영화만큼은 영화 후기라는 걸 내세우고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놀랍게도 나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받아들이는 건  저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나 남존여비 따위로 이 영화를 얼룩지게 하지 않았면 한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고스란히 82년 생 김지영 그녀의 대한 이야기이다.

여자의 대한 사회의 시선이나 불평등한 처우 그리고 여자들에 대한 남자들의

생각과 시선을 보란 듯이 펼쳐놓는 영화적 장치.

원작 소설을 읽어 보지 못한 나로선 영화를 극적으로 하기 위해 스크린 가득히

채워 놓은 건지 아니면 정말 소설에서도 그러한지 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그 궁금증은 소설을 읽어 보면 금방이라도 해결되겠지만,

나는 그 소설을 읽지 않으려고 한다.

이 영화 로도 충분히 가슴 아팠고 미안했으니까.

나라에서 살아온  많은 김 지영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

태어날 땐 김 지영 이 아니었지만 ,  이 나라에서 성장하고 커가는 동안 아니

여자 어른이 되는 순간  김 지영으로 복제하듯이 누구나 할 것 없이

여자 김 지영이 되는 것이다.

희생을 당연한 듯이 생각하는 시대에서  희생으로 금쪽같은  딸을 키워낸

엄마 김지영은  자신을 소름끼지게 닮아 가는 내 딸 김지영이가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무너져 버릴 만큼 슬프기만 하다.

눈이 내리던 어느 날  딸 김 지영은   엄마   김 지영에게 전화를 하고

울먹이며, 이렇게 물어본다 " 엄마 엄마 나 태어난 날 기억해?"

그리곤 서로의 가슴에  통화가 끝난  휴대폰을  꼭 품고 만다.

안아주고 싶었던 두 사람이 그렇게 라도 안아주고 싶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내게는 3명의 김 지영이 있다.

48년생 엄마 김 지영 , 75년생 여동생 김지영 , 79년생 아이엄마 김지영

이렇게 3명의 김 지영이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엄마  김 지영 과 여동생 김지영 에게 이 영화를  예매해서 볼 수 있게 티켓을 주었고

79년생 아이 엄마 김 지영에게는 힘들었지만 전화를 걸었다. 미안했다고 , 아니 미안하다고 그냥 다 미안하다고 그렇게 전화기 너머 였지만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아서

아들에게 전화로 사랑한다고 많이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걸로  대신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김지영 


나는 남자 김 지영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아내의 힘든 것을 보고 " 내가 설거지 할게. 이번 명절땐 우리 여행 갈까?

내가 목욕시키려고 일찍 왔는데, "  늘 눈치만 보던 남자 김 지영 말이다.

영화는 다행히 해피 앤딩으로 끝나며 삶의 희망을 다시 보여 주지만,

나의 영화는 해피 엔딩이 아니었다.

이 영화를 보는 이 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당신의 김 지영을 안아주고 이해해 주라고 , 모른 척하지 말고 외면하지 말고  안아주라고.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그런 슬픔은 만들지  말라고

우리 모두는 김 지영일지도 모른다. 남자 여자는 중요하지 않다.

삶이란 굴레와 현실이라는 틈바구니에서 버티고 버티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김 지영이다.

마음속에 부터 흘러나와 눈시울을 적셨던 그 뜨거운 눈물이  그 증거 일듯 하다.


당신의 김지영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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