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좋은 기분이될 수없는 날
정신 건강 의학과 의원.
내가 매주 가는 병원의 이름이다. 정신이 건강하지 않아서 가는 병원.
그렇다고 소히 생각하는 언덕 위 하얀 집이 아니다.
감기가 걸리면 쿨럭이며 찾아가는 동네 의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단지, 마음의 감기가 오래가다 보니
매주 갈 뿐이다.
아침 점심 저녁 꼬박 챙겨 먹고
남들 다 가는 회사에도 꼬박꼬박 출근 도장을 찍고
퇴근하면 보고 싶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하루의 피곤을 달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굳이 다른 점을 찾고자 한다면 ,
매일 안개가 드리우고 비가 오며, 햇살이 비치고 마른하늘에 번개가 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뿐이다.
오늘도 병원 가는 날이었다.
약을 먹었음에도 , 도통 약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날.
한마디로 기분이 더럽다.
매일 안개가 드리우고 비가 오며, 햇살이 비치고 마른하늘에 번개가 치는 듯한
날들이 죽을 때까지 반복되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매주 병원에 가는 이 기분 더러운 날이 죽을 때까지 반복될까 봐 두렵다.
오늘처럼 병원에 가는 날은 , 잊고 싶은 패배자의 기분을 너무나도
또렷하게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마디 나누고 , 마치 날 다 아는 듯한 의사의 해맑은 표정과 어색한 미소 뒤에
약봉지는 또 늘어났다.
현진건 님의 "운수 좋은 날" 이 문득 떠오른 기분 더러운 날.
오늘은 병원 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