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속담인 듯 속담이 아닌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다.
이 속담인 듯 속담이 아닌 이야기를 나의 방앗간으로 대입해 보면 아주 우스운 이야기 가 탄생한다.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면 쓸데없이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기필코 저녁을 먹지 않으리
꾹 참아내어 내 몸속에 있는 배고픔을 유발하는 쓸모없는 지방 덩어리와 한바탕 전쟁을 하리라 굳게 다짐한다.
'일찍 자면 될 거야' ' 눈 딱 감고 양치질 한번 하고 반신욕 하고 따뜻한 물 한잔 마시면
배고픔은 잠시 잊게 되고 그렇게 숙면에 들면 될 거야.
계획은 그럴싸하다. 과정도 나쁘지 않다. 왠지 해낼 것만 같은 자신감이 뿜뿜이다.
배 나온 아저씨의 체중감량 프로젝트는 벌써 수년째 성과 없는 혼자 만의 싸움인데도
매번 도전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를 규칙적으로 반복한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골목에 붕어빵과 어묵을 파는 곳이 있는데
처음에는 그곳에 있는지도 모르고 며칠을 지나쳐 갔다.
알다시피 겨울이면 뜨끈한 어묵 국물과 구불구불 넓적한 어묵을 한 입 베어 물면 아무리 추워도 추운 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마성의 어묵 크 ~~~
게다가 심지어 '부산어묵'이다.
또한 보기에도 귀염 뽀작인 붕어빵이 노릇하게 영롱한 자태를 뽐내며
좌로는 크림 맛이요 우로는 단팥 맛이라 얼쑤~~
가히 좌청룡 우백호 수준이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유혹을 어찌 참을 수가 있을까? 한때 대한민국의 아주머니들의 최애 드라마인 '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하면
'붕어빵과 어묵의 유혹'이라고 감히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사장님 오늘도 추우신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고생은요. 이것도 한철 장사라 요즘 돈 버는 재미가 쏠쏠 이예요"
붕어빵 가판대 도 엄연히 판매를 하는 곳이니 그곳에 계신 아주머니는
당연히 사장님 이시다. 근데도 아주머니는 늘 내가 부르는 호칭에 쑥스러워하신다.
"에이 사장은 무슨 사장이에요. 붕어빵 파는 아줌마인데 호 호 호 "
" 사장님 붕어빵 이천 원어치 하고 어묵 여섯 개 먹어요"
" 네네 ~ 붕어빵은 직접 봉투에 담으시고 어묵은 국물과 함께 드셔요 맛이 좋거든요"
코로나 여파로 붕어빵 전선에도 변화가 생겼다. 다름 아닌 셀프로 붕어빵을 봉투에 담아야 하며 직접 대면을 피한 박카스 박스를 재활용한 듯한 종이 상자에 먹은 만큼의 돈을 넣어 두거나
계좌 이체 후 이체한 금액을 사장님에게 보여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완벽한 프랜차이즈로 탈바꿈 한 것이다.
" 사장님 얼마죠?"
"붕어빵 이 이천 원이고 어묵이 세 개에 천 원이니까 사천 원이네요 "
그렇게 배 나온 중년의 참새는 결국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한다.
붕어빵 가판대를 피해서 돌아가보기도 했지만 몇 걸음 채 가지 못해
'오늘만 먹자' '진짜 오늘만 먹는 거야'
하며 어느새 두 다리는 붕어빵 가판대를 향해 돌진한다.
사천 원의 행복이라고 해야 할까? 아님의 사천 원의 위로라고 해야 할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배 나온 중년의 참새는 침을 꼴깍하고 삼키고 있다.
오늘은 글렀다. 아니 더 먹고 싶은 욕구에 빠져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벌써부터 뜨끈한 어묵국물의 진한 육수의 내음과 뜨거운 팥과 슈크림을 머금은 붕어빵의
실루엣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제 퇴근 시간이 몇 분 남지 않았다. 배 나온 중년의 아저씨는 스스로 에게 최면을 걸며
'맛있게 먹을 거니까 ' 제로 칼로리 ' 오케이?
사천 원의 행복을 찾아 즐겁게 퇴근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