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아성찰

누룽지가 좋아서요

김치는 필수죠

by 인성미남

퇴근 을 하고 나면 정말 1cm도 움직이기 싫은 건

나만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배에서 들리는 꼬르륵 거리는 위장의 아우성을

못 들은 척 외면하기엔 나의 식욕이 너무 강하다.

인스턴트 음식도 몇 개 안 되는 너무나 단출한 냉장고 문을 시골집 삐걱 거리는 사리문을 열듯 열어본다.

김치만 한가득이다.

어머니가 정성껏 싸서 보내주신 김장 김치가 포기채

잘 숙성되고 있다는 듯 빵빵하게 밀폐용기를 터트릴 기세로 도사리고 있다.

김치에는 라면이라지만,

이제 라면은 지겹다.

거짓말 보태서 지구상의 라면이라는 라면은 다 먹어본 내게 언제나 선택지는 만만하고 구수한 누룽지이다.

어제 설거지를 미루어 두었던 냄비를 후다닥 빛의 속도로 씻어내고. 나름 황금 비율의 물을 붓고는 누룽지를 우르르 쏟아붓는다.

보글보글 모락모락 누룽지가 들썩일 때면

몸속에 한기가 사라지는 느낌이 좋다.

잘 저어 주어야 한다. 누룽지이지만 정성껏 저어주어야 구수하고 든든한 나의 뜨끈한 저녁이 된다.

냄비 채로 식탁에 두곤 썰어 놓지 않은 포기채 건져 올린 김치를 가위로 서걱서걱 잘라 밥공기에 척척 걸쳐둔다.이거면 충분하다. 모자람이 없다.

후후 불며 한 숟가락 씩 씹어 삼키며 잘 익은 김치도 아삭아삭 씹어 둠에 모자람이 없다.

내일도 누룽지를 저녁에 먹을지도 모른다.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왜일까?

내가 원하는 최소한의 따뜻함이 있어서일까?

딱 한 냄비의 따뜻함과 딱 한 조각 김치의 아삭함을 사랑한다.

왜 누룽지를 먹냐고요?


누룽지가 좋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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