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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lytoon Sep 19. 2022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 1

리멤버 2018 정현 선수의 호주오픈 4강 신화 

요즘 MZ세대에게 테니스의 인기가 놀랍도록 뜨겁다.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 해외여행 대신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실내테니스장의 급속한 증가로 테니스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SNS 상에서 많이 노출되며 급속도로 테니스를 치는 젊은 2030 세대가 늘어났다.


하지만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은 이러한 인기 현상 즉 테니스 붐의 시작이 코로나 이전인 2018년에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테니스를 시작한 시점은 2019년 5월이지만 사실 테니스를 치고자 다짐한 건 한 해를 거슬러 올라 2018년 1월 호주오픈 4강 전이었다


1953년 대한테니스협회가 만들어진 이후 약 70년의 한국 테니스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뽑으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2018년을 떠올릴 것이다


붉은 악마의 함성이 한반도를 가득 울리던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을 기억하나?

2018년 겨울 한국의 정현 선수가 지구 반대편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리는 기적을 거두었었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이었던 이형택 선수의 US Open 16강 진출 이후 테니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대한민국 테니스에 정현 선수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 그 자체였다.


테니스를 모르는 사람들조차 2018년에는 모든 언론을 통해 정현 선수의 활약을 눈과 귀를 통해 지켜봤고, 특히 16강에서 호주오픈 6회 우승에 빛나는 전 세계랭킹 1위이자 본인의 우상인 노박 조코비치를 만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3:0 승리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당시의 정현의 경기력은 지금 유튜브를 통해 봐도 놀라울 정도로 베이스라인 깊숙이 떨어지는 스트로크로 시종일관 조코비치를 괴롭혔고, 조코비치 커리어에서 가장 뼈 아픈 패배를 안겨주었다. 


정현 선수에게 패배 이후 노박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에서 단 1 패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2019년부터 21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호주오픈 9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조코비치에게 승리하며 상승세를 탄 정현 선수는 8강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을 3:0으로 이기고 호주오픈 4강에 오른다. 다음 상대는 바로 8강에서 토마스 베르디히를 꺾고 올라온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본 페더러와의 4강전에서 정현 선수는 거짓말처럼 발바닥 물집 부상으로 인해 2세트 도중 기권하게 된다. 모든 것을 불태운 정현 선수의 활약으로 인해 회사에 출근하면 정현 선수 이야기로 대화 주제가 가득 찼고, 나 또한 정현 선수의 경기를 찾아보며 테니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2018년 화양연화 (花樣年華)를 끝으로 정현 선수는 장기 부상으로 인한 침체를 겪고 있지만, 한국 테니스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동시에 지금의 테니스 붐이 생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


나 또한 당시에 테니스의 매력에 푹 빠졌고, 정현 선수 경기를 몇 번이나 되돌려 봤는지 모르겠다.

어딜 가도 정현 선수 이야기였고 테니스 레슨 또한 호황이어서 레슨 등록을 하려면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등록인원이 많았다. 그 덕분에 당장 테니스를 시작하진 못했지만 언젠가 꼭 테니스를 배워서 The professor로 불리는 정현 선수 같은 멋진 백핸드를 치고 싶었다.


비록 곧장 그 꿈을 실행하진 못했지만, 마음속에 버킷리스트로 간직하고 있던 테니스를 2019년 우연찮은 기회에 도전해볼 수 있었고 아직 정현 선수의 백핸드에 발 끝조차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실력이지만, 누구보다 즐겁게 테니스란 운동을 즐기고 있다.


2018년 정현 선수가 제압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다닐 메드베데프와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현재 남자 테니스를 이끌어 가는 세계 최고 레벨의 선수로 성장했으며, 정현 선수의 뒤를 이어 한국의 권순우 선수 또한 ATP 투어 무대 1승을 거두는 등 세계무대에서 멋진 활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팬들이 정현 선수의 복귀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으며 다시 한번 세계무대에서 명품 백핸드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2018 호주오픈

1R 미샤 즈베레프 (당시 34위) 2:0 기권 승

2R 다닐 메드베데프 (당시 53위, 현 4위) 3:0 승

3R 알렉산더 즈베레프 (당시 4위, 현 5위) 3:2 승

4R 노박 조코비치 (당시 14위, 현 7위) 3:0 승

QF 테니스 샌드그렌 (당시 97위, 현 409위) 3:0 승

SF 로저 페더러 (전 세계랭킹 1위, 은퇴) 기권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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