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강렬했던 첫 게임의 기억
매일 레슨만 반복하다 보니, 내 실력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게임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테니스는 혼자가 아닌 최소 2명에서 4명이 해야 되는 운동이기 때문에
누군가 같이 공을 주고받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 물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벽치기는 예외.
같이 칠 사람이 없는 난 그저 옆 코트에서 신나게 게임하는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볼 뿐..
그런 내 모습이 처량했는지 어느 날 코치님이 게임 한번 해볼래? 라며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셨고
게임이 해보고 싶었던 난 두려움 반 기대 반 제안을 받아들였다.
코치님이 아는 클럽 분들과 남자복식경기에 깍두기로 들어가서 대망의 첫 게임을 시작했다.
파트너 분이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 주셔서 조금은 안심이 됐다.
게임이 시작되니 생각보다 상대방의 공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날아왔고,
내 공은 평소보다 더 제멋대로 넘어갔다.
상대 서브게임 리턴 시 애드코트와 듀스코트를 넘나들며 위치를 바꾸는 것과
점수 세는 것을 동시에 하다 보니 점점 혼돈이 찾아왔다.
그리고 첫 서브 시 상대방을 향해 인사를 해야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운동 중에 갑자기 인사를 하려니 조금은 어색했다.
"안녕하세요" 란 인사와 함께 서브를 넣고 상대의 리턴을 받아치며 게임이 진행됐고
레슨보다 훨씬 흥미진진했다.
경기 중 배운 대로 발리를 해보겠다고 애매하게 전위에 섰는데
생각보다 공이 빠르게 오니, 판단력이 느려져 절대 쳐선 안 되는 공을
무리하게 포칭하려다가 몇 차례 실수를 했다.
너무 죄송해서 파트너 분에게 사과를 했는데 점점 파트너 분의 표정이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입으로는 분명 괜찮아요..라고 했지만 점점 한 마디씩 잔소리 같은 조언을 더하셨고
점차 멘탈이 흔들리며 자신감을 잃게 되었다.
서브 또한 아직 코치님에게 배우지 못해 아리랑 서브인 언더서브를 했고,
그마저도 손가락을 다 사용해도 모자를 정도로 더블폴트의 향연을 선보였다.
경기 중에 몇 차례 레슨 때 배운 걸 잘 써먹으며 번뜩이는 포인트를 냈지만,
내 생각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나의 첫 데뷔무대는 패배로 막을 내렸다.
첫 게임을 통해 배운 점이 꽤 많았다
1. 테니스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함께 하는 운동
2. 스코어 세는 방법
3. 첫 서브 넣기 전에 인사하기
4. 공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법
5. 기본적인 경기 규칙과 매너
그리고 첫 게임을 통해 아직 게임 보다 레슨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걸 느꼈고
좀 더 내공을 쌓은 뒤 제대로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