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킹 에세이 #0007
10월 10일. 여전히 맑음. 간단하게 장을 봤다. 물, 음료수, 우유, 휴지. 오가는 길에 놓인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멋진 하늘을 품을 수 있을까? (이스라엘 하마스 우크라이나)
“일찍 태어난 게 다행이네.” 바다는 내게 속삭였다.
어제 잠깐 본 영화에서 그려진 미래의 세상은 온통 회색.
https://youtu.be/OGx85MetThQ?si=zQfxh4Z-Td2D5GU5
내가 쓰고 있는 대하소설 <삶과 죽음의 노래>의 미래 세상도 회색뿐이다.
그들이 태어나 기억하는 하늘은 회색이었다. 짙은 회색 혹은 옅은 회색. 그것뿐이었다. 파랑과 붉음. 혹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한 하늘이 존재하였다는 사실을 그들은 절대로 믿지 않았다. 심지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릴리안 나리>의 <호모 사피엔스 기록> <대멸종 편> 13장 66절)
내가 즐겨 듣는 음악도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가사를 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Kwoon ~ Schizophrenic
https://youtu.be/YMQkP_f5PuI?si=X_8xUUenXKT-qEcC
I woke up that day
Unwell, With strange dreams
Of siamese twins
I was deep under ground
It was strange
So strange
I was scared
I was here
And I heard
Some sounds
Screaming from the deep well
As something happened
I was scared
So scared
It was strange
No friends, no calls
The sun is down
Still waiting for the end of the day
And nothing happened
I was scared
I was scared
I was scared
There's something wrong
Within my head
I feel
As I am a freak
Next day, fire, on the ground
I've been to the lake of blood
To meet the witch of my dreams
She was here within my head
Ghost days
The fog was gone
And the sun is crown
The streets are green and
I'm the king
What the hell am I here for?
I was scared
So scared
So scared
There's someone else within my soul
I feel as I am a freak
I've seen the evil
In a mirror of bones
Into my grave
I've seen these siamese twins
I've met the devil and
He burned my eyes and
Ate my brain
Then killed my family
I'm torn
I'm scared
I'm hurt
Please help me to
Ease my pain again
I'm a freak
It is reality
**************
가장과 몽환이 뒤섞인 이상한 느낌이었다. 나는 무슨 소리를 들었다. 웅성거림과 경적, 사이렌, 발자국, 외침, 흐느낌, 바람 소리. 이게 기억인지, 꿈인지, 환영인지, 현실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순간은 절단되듯이 이어지고 정적은 소음 사이를 방황처럼 섞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을 인식하고 공간을 받아들인다. 마른 내 몸에서 고통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나는 서글픈 나의 입술을 늘려 숨을 뱉으며 음성으로 가꾼다.
물…. 물…. 물….
소리는 점점 더 정확하고 나는 내 육체를 통제하려고 애쓰기 시작한다. 손가락을 폈다가 오므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그리고 몸을 뒤척이며 눈을 천천히 뜬다. 온몸을 두드리는 통증과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정신을 곧추세운다.
곁눈으로 여자를 본다. 공간의 틈은 흐린 빛으로 가득하고 그녀는 가득 고인 눈물을 선사한다. 감정의 격앙이 밀려온다. 그녀는 손을 뻗어 나의 이마와 볼 그리고 가슴을 쓰다듬는다. 그녀는 나의 혼란한 상황과 나 자신은 거의 개의치 않는 불편함에 온전히 마음을 쏟아부은 듯이 보인다. 여자는 눈을 홉뜨며 길게 한숨을 낸다. 눈에서 관자놀이로 번진 검은 마스카라 자국.
묘한 감정이 뒤죽박죽 섞인다. 라벤더가 보인다. 재깍거리는 시계 소리. 나의 기억이, 환상이 꼼지락거리며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내 몸 곳곳에 스며들고 깃들기 시작한다. 기묘한 환상을 전파하고 채색하고 분석한다.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움직여 새로 자세를 잡는다.
생각의 단편들을 모아 그다지 습관적이지 못한 비정형의 인간이 된다. 마치 그 모든 환영이 내 삶을 조형하는 무척이나 뜻깊은 의미가 되는 듯 새기고 또 새긴다. 이따금 행복감을 만끽하던 어떤 순간들의 조용한 속삭임을 느낀다. 아내는 생각에 잠기고 나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쓴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가 집시 소녀와 닮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