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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Feb 12. 2022

22년 2월 <데이트 앱 사기: 당신을 노린다>

사기꾼의 속성이란

20220205

<데이트 앱 사기: 당신을 노린다 The Tinder Swindler> ( 2022,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펠리시티 모리스 연출)


다큐의 아이템이나 오프닝 시퀀스는 넷플릭스 다운 선택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가 추구하는 방향의 아이템들은 현시점의 테크놀로지와 연관된 범죄라든가 그로 파생된 문제들을 추구하는 것도 하나의 축으로 보인다.

‘틴더’라는 데이팅 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인터뷰가 섞인 감각적인 몽타주는 ‘틴더’라는 앱을 한 번 이상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데이팅 앱을 조건만남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서구에서는 대체로 가벼운 데이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아이템들은 현재의 우리가 손에서 뗄 수 없는 디지털 기기들을 소재로 자주 활용한다. 일례로 유튜브, cctv,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이 매체들이 악용될 수 있는 여지를 다루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의 콘셉트는 가볍다고 하기엔 진지하고, 진지하다고 하기엔.. 조금 깊이가 부족한 인상이 있다.


< The Tinder Swindler>라는 원제목이 유럽과 미국, 캐나다에서는 관객들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는 제목이겠지만, 한국에서는 '틴더'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제목을 한국 식으로 바꾼 것 같다만.... 너무 '그알' 스럽게 바꾼 듯하다. 탐사보도 다큐 같은 제목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톤 앤 매너를 전혀 받쳐주고 있지 않다. 감독이 알면 싫어했을 것 같은데..


어느 시대나 사기꾼이 있고, 사기꾼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는 존재한다.

늘 신기하게도 사기꾼은 뻔뻔하고 숨지 않는다.

사이먼 레비예프로 개명을 한 후 이스라엘 다이아몬드 회사 사장으로 위장한 이 남자는 수 십 개국을 돌면서 수많은 여성들에게 적게는 몇 천만 원부터 몇 십억까지 사기를 쳐서 돈을 뜯어낸다.

사이먼의 피해 여성들이 엄청난 빚에 질식하여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 그녀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문과 뉴스에 공개한다. 그녀들이 사이먼의 살해 협박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언론과 심지어 넷플릭스까지 이어가기로 결심한 건.. 사이먼은 아직도 신나게 사기 치고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마지막 절규와 복수와 정의감의 발현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그의 얼굴은 전 세계에 공개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런 제약 없이 이스라엘에서 모델 여자 친구와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다.

사기꾼은 뻔뻔하고 숨지 않는다. 교묘히 법망을 피해 가면서 잘 살아간다. 안타깝게도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그는 이스라엘에서는 더 이상 범법자가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도 법적 책무를 다했기 때문에 또다시 틴더를 하면서 잘 살아간다.


아니.. 근데 총 천만 달러 이상이면 몇 백억이 될 텐데.. 그 돈을 어디 재테크만 했어도 돈나무처럼 돈이 계속 나올 텐데 뭣하러 힘들게 여자들한테 구걸하듯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돈을 받아서 쓸까.

그 행위가 주는 짜릿한 쾌감에 빠져 있다고 밖에 상상할 수 없다. 현 여자 친구들의 돈으로 앞으로 사귈 여자들과 전용기를 타고 다니고 클럽 파티를 연속해서 하고 다니는 그 삶. 명품을 두르고 사람들 앞에서 돈을 잘 쓰고 과시하는 그 삶이 좋은 것이지, 돈을 안정적으로 비치해두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기꾼들은 자신의 실체가 폭로되면 지질함의 끝을 보여준다.

그렇게 젠틀하게 꽃을 보내고, 사랑한다고 말하던 남자는 돈이 떨어지자 자기가 지금 얼마나 비참하게 12달러짜리 호스텔에서 뒹굴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계속해서 톡을 보낸다. 이스라엘 다이아몬드 왕자님이 욕하고 화내며 노숙자가 된다. 자신이 보내준 거짓 수표를 자신은 왜 안되는지 모른다며 화를 낸다. 모든 피해자들에게.

‘나는 보냈어! 안 되는 건 몰라!’ 정말 스스로 믿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삶의 방식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삶을 계속할 수가 없다.

이스라엘의 왕자는 자신에게 있는 10만 달러짜리 시계를 주면서 그것으로 빚을 갚겠다고 하는데, 그 또한 가짜 시계이다. 그는 그것도 왜 가짜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하니..


이렇게 모순적이고 이상한 캐릭터가 사기꾼의 속성이니, 영화감독들이나 작가들이 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사기꾼 캐릭터를 쓰면 엄청난 사건과 상황의 연속이고, 주변 사람들이 당혹스러워진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관객은 재밌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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