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맛
“ 엄마, 마늘장아찌 담근 거 있어?”
“ 글쎄 작년에 담근 게 좀 남았으려나?”
봄이 되면 난 생전 안 하던 도시락 반찬 트집을 하곤 했다.
시골이라 반찬이라곤 나물이나 신 김치, 그나마 계란은 귀해서 할머니나 아버지까지 챙겨주고
장손인 남동생한테 갔다가 내한테 계란이 돌아오는 건 가뭄에 콩 날 일이다.
“이거 말고”
“아니 이거 말고”를
외치던 내게 엄마가 고심하며
넣어준 반찬은 빨간 고추장에 무쳐준 마늘종이었다.
“엄마 너무 맛있어”
“뭐야 대체 뭘 넣은 거야”
수십 년이 지나 결혼을 하고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 대단한 레시피는 고추장에 설탕을 조금 넣고
참기름을 뿌려 조물조물 무친 뒤 통깨를 솔솔 뿌려주면 끝나는 것이다.
금방 한 하얀 쌀밥 위에 두 개쯤 올려 먹으면 꿀맛이다. 아니 이건 진짜 꿀맛이 난다.
먹고 남은 고추장 양념은 꼭 한 숟가락 더 밥을 먹게 만든다. 그건 밥에 쓱싹 비벼 먹어야 하니까
대학 기숙사로 독립을 한 둘째 딸이 3일 만에 전화를 했다.
“엄마, 그거 참치 무침해줘 ”
“쪽파에 고춧가루로 무친 참치 고소한 그거 ”
“그게 너무 먹고 싶은데...”
“어디에 팔지는 않는 거지... ”
“그게 생각이 났어?”
“오야, 만들어 택배 보내줄게”
딸이 엄마가 되어
그 딸에게서 그 이야기를 듣는다.
딸은 엄마의 손맛을 딸을 낳아도 잊을 수 없다
그 딸이 엄마가 된 딸의 손맛을 찾듯
또 그다음의 딸이 그것을 기억해내겠지.
그때부터 한 달에 두 번씩 반찬을 해서
대학 기숙사로 택배를 보낸다.
공용 냉장고에 자신의 반찬이 가득해서
눈치가 좀 보여도...
다 먹고살자고 공부하는데
이것만은 포기할 수가 없다는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