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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 May 23. 2021

딸이 엄마가 되어

엄마 손맛

엄마, 마늘장아찌 담근 거 있어?”

글쎄 작년에 담근 게  남았으려나?”


봄이 되면 난 생전 안 하던 도시락 반찬 트집을 하곤 했다.

시골이라 반찬이라곤 나물이나 김치, 그나마 계란은 귀해서  머니나 아버지까지 챙겨주고 

장손인 남동생한테 갔다가 내한계란이 돌아오는  가뭄에   일이다.

“이거 말고”

아니 이거 말고”를 

외치던 내게 엄마가 고심하며

넣어준 반찬은 빨간 고추장에 무쳐준 마늘종이었다.

엄마 너무 맛있어


“뭐야 대체 뭘 넣은 거야”

수십 년이 지나 결혼을 하고 생각이 나서 물었다.

대단한 레시피는 고추장에 설탕을 조금 넣고

참기름을 뿌려 조물조물 무친 뒤 통깨를 솔솔 뿌려주면 끝나는 것이다.

금방 한 하얀 쌀밥 위에 두 개쯤 올려 먹으면 꿀맛이다. 아니 이건 진짜 꿀맛이 난다.

먹고 남은 고추장 양념은   숟가락  밥을 먹게 만든다.  밥에 쓱싹 비벼 먹어야 하니까


대학 기숙사로 독립을 한 둘째 딸이 3일 만에 전화를 했다.

“엄마, 그거 참치 무침해줘 ”

“쪽파에 고춧가루로 무친 참치 고소한 그거 ”

“그게 너무 먹고 싶은데...”

“어디에 팔지는 않는 거지... ”

“그게 생각이 났어?”

“오야, 만들어 택배 보내줄게”


딸이 엄마가 되어

그 딸에게서 그 이야기를 듣는다.

딸은 엄마의 손맛을 딸을 낳아도 잊을 수 없다

그 딸이 엄마가 된 딸의 손맛을 찾듯

또 그다음의 딸이 그것을 기억해내겠지.


그때부터 한 달에 두 번씩 반찬을 해서

대학 기숙사로 택배를 보낸다.

공용 냉장고에 자신의 반찬이 가득해서

눈치가 좀 보여도...

다 먹고살자고 공부하는데

이것만은 포기할 수가 없다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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