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봉투의 유혹
점심을 먹고 조바심에 부엌과 거실을 왔다 갔다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곧 “끙끙” 소리라도 날 기세다.
‘안 되겠다 오늘만, 딱 오늘만이다’
얼른 전기포터에 물을 끓이고 기분 좋게 노란 믹스커피 봉투를 뜯었다
그렇게 잔잔히 나는 냄새만으로 이미 맛을 본 듯
마음이 쫙 가라앉는 게 감정이 정돈되었다.
커피 물을 80도쯤으로 끓이고
작은 티스푼으로 느리게 저어
달콤한 커피 향을 마신 후
뜨겁지 않게 한 모금 그러고… 아주 천천히
커피 한잔을 끝낸다.
무슨 의식이라도 치른 듯……
온몸에 에너지가 솟고 몽롱하던 머리가 맑아오고
기분 좋게 아이들 맞을 준비를 한다.
딱 이 시간에…….
나중 일은 그때 생각해야지.
이따금 불면증에 잠을 못 들던 일상에 갱년기까지 보태어 자주 잠을 깬다.
이리저리 몸 뉘 일 곳만 있으면 작은 홑이불 하나를
끌어안고 틈마다 누워본다
어쩌다 자고 깨어나면 겨우 사오십분이 지나고
그러다 어둡던 바깥에 흰 물이 들 즈음에 딱 한 시간 정도를 자고 아침을 맞는다
잠을 잔 건지, 그냥 시간을 보낸 건지……
젊을 때야 체력이 되니 그것도 견딜만했지만
40이 훌쩍 넘은 지금은 버티기가 어렵다.
그러며 좋아하던 커피를 끊기 시작했다.
거의 보름만이다.
믹스커피를 찾는 게…
오늘 밤이 좀 무섭기는 해도 어쩔 거야,
지금의 유혹을 절대 뿌리칠 수 없다.
요놈은 딱 내게 독이자 약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감성과 이성의 저울에 따라 매번 달라지기는 하지만 지독히 감성에 치우치면 이렇게 못 이기는 척 마신다.
특히나 요즘처럼 비가 오락가락거리고 날이 우중충해지면 더 감성 충만해지니……말이다.
감성이 풍년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