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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PM Jun 03. 2023

집에 불이 났다

유리멘탈 이었던 내가 불안하지 않은 이유

최근 일이다. 사무실이었다.

그런데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바로 끊고, 카톡으로 물어봤다.


"왜?"


그리고 바로 답이 왔다.


"집에 불남"


?! 바로 나가서 전화를 걸었다.


나: "괜찮아?  다친데 없고? 엄만 어딨어? 얼마나 탔어?"

동생: "한 치 앞도 안 보여 119 불렀어 바빠 전화 끊어"


하아 집에 갈까?

아니면 일을 더할까?


 119를 부를 정도면 내가 지금 간다고 바뀌는 게 있을까? 일이나 더할까?

그래도 역시 신경이 쓰였다.


"대표님.. 저 개인적으로 큰일이 있어요.."


"뭐예요?"


"집에 불이 났어요.."


"뭐?! 지금 바로 가보세요!"


30초간 동안 인수인계하고 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얼마나 탔을까? 부엌? 집 전체? 다른 집으로로 얼마나 번졌나?


문자가 왔다.


"불 다 껐어"

일단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지하철 탈까 택시 탈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냥 지하철 탔다.

30분 일찍 간다고 불이 꺼진 상태서 내가 무엇을 할까?

지하철을 탔다. 앉아서 생각을 정리했다.


의외로 엄청 불안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 생산적인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바로 지식관리를 들었갔다.

에버노트 키고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적었다.


일단 나의 인생 원칙부터 생각했다.

'나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산다.'

"하아.. 내 평화가 박살 났네.."


그리고 도착했다.

일단 동생이 있는 응급실로 갔다.

다행히 화상은 안 입은 걸로 보였다.


"괜찮아. 다친데 없어?"


"응. 숨쉬기 힘든 것 빼고 다친데 없어"


그렇다. 동생은 화재 현장에 있었다.

엄마도 집에 없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다가 화들짝 놀라서 깬 다음 소화기로 불을 껐다고 했다.

그리고 119 올 때까지 계속 불을 껐다고 한다.


이윽고, 가족 주변 사람들이 현장 방문 후 병원에 도착했다.

집이 많이 탔다고 했다.


일단 엄마, 나, 동생은 다친 데는 없으니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집이 얼마나 탔길래 많이 탔다고 하나?


일단 보호자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집에 갔다.

얼마나 불이 났다는 걸까?


태양은 밝기만 했다.

아파트 단지 나무도 푸르르만 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를 게 없는데

집에 도착하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그리고 집에 들어갔다.


화재 현장 중 하나...

아.. 이 정도일 줄이야..

내방, 엄마방, 동생방 빼곤 완전히 폭격 맞은 수준이었다.


내 방에 건질 건 얼마나 될까?

사실 내방엔 그렇게 비싼 건 없다.


가장 비싼 건 정장 한 개다.

동생이 내가 30살 가까이 되었는데 정장 한 벌 없다며 명품정장을 사준 적이 있다.

물론 직원 할인가로 사긴했다.


옷장을 열었다.

다행히 옷장 안에 옷에 탄 냄새는 심했어도

외관은 거의 문제가 없었다.

비싸기도 하고, 의미 있는 그 옷부터 건졌다.

그리고 그 외에도 건질 건 많았다.


건지다 보니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보험은 들었나?"


엄마를 만났어도,

이 질문을 위해  바로 연락하지는 못했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옆에 있어드렸다.

그리고 지금 재난자를 위한 호텔 방에 주무신다.


보험에 관해 기억나는 거라곤

낮에 화재 관련해서 어떤 사람이 한 말 뿐이다.

아파트 보험이 있다고 하며 수천만 원은 나온다고 했다.


그 사람말이 진짜일까? 고민이 되었다.

다음날 일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나의 감정과 생각을 관찰하려고 했다.

이런 순간은 인생에 걸쳐 거의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보험이 없더라도 우리 가족이 덜 쓰면

복구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중요할 일을 내가 왜 보험을 안 들어놨지?"


정신적 보험은 지금 확실히 득을 보고 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내내 실패만 하고 살았다.

그때 얻은 교훈은 사람이 과거나 미래를 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뻔한 자기 계발서 내용 같지만 정말 중요하다.

과거를 살면 후회만 남는다.
미래를 살면 미래에 연결된 현재의 실패에 지나치게 불안해한다.


그래서 현재를 살아야 한다.

미래를 고려한 현재를 최대한 열심히 살면서 순간순간에 몰입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인생을 곡선으로 그릴 수 있다면

곡선을 점으로 단순화한 그러니까, 미분한 것이

현재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태도라는 미분점은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최고의 지표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사전, 미분

그래서 수천만 원을 복구, 보상 비용이 들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걱정하기보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현재에 해야 할 일 혹은 즐길 일에 몰입하는 것이 가장 밀도 있는 삶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도 크게 불안하지 않은 것 같다. 근데 경제적 보험은 아쉽긴하다.  


이상 자기 전에 집없이  PC방에서 생각을 적어본다.


집에 불이나도 크게 불안하지 않았던 이유는
현재를 집중하려는 태도였다.
20대 내내 유리멘탈이었던 나에겐 큰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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