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의 독서 일기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독일, 민음사, 2020년 1월 3일 ~ 1월 5일
한때 유머가 인간이 갖춰야할 최고 미덕으로 소개됐던 적이 있었다.
최불암 시리즈나 만득이 시리즈가 유행했었고, 너도나도 그런 유머책을 구입하여 읽고 소개하기 바빴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유머는 인간 최고의 덕목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그런 유머의 가치를 헤르만 헤세는 황야의 이리를 통해 풀어놓았다.
황야의 이리하면 사실 이성과 감성의 충돌, 반전사상, 실존주의, 급속한 미국화에 대한 경각심 등 다양한 해석이 많고 그 모든 게 어울리는 해석이지만 유머 역시 황야의 이리를 관통하는 헤르만 헤세의 핵심 사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헤르만 헤세는 이 소설을 통해 세속적인 시민사회와의 성공적인 거리긋기를 위해 시민 사회를 벗어난 일탈적 선지자가 되거나 아니면 유머를 통해 시민사회와 거짓계약을 맺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그런 일탈적 선지자들이 갖는 게 바로 제3의 감각이라 할 수 있는 유머 감각이며, 이를 통해 변질되는 세속적 시민사회에서 진정한 인간으로 남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 역설의 사례로 모차르트와 괴테를 드는 게 참 흥미롭다.
그나저나 이 책은 가장 헤세스러우면서도 가장 헤세답지 않게 도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등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교양소설을 넘어 자신의 한계를 계속해서 넓혀갔던 헤르만 헤세의 작품세계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