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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Jul 14. 2020

김주영의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를 읽었습니다

김대표의 독서 일기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김주영, 한국, 문학동네, 2020년 1월 9일 ~ 1월 10일


어릴 적 이별은 꽤 큰 충격이었다.


동네 친구의 이사, 중학교 같은 반 친구의 죽음, 학교 선생님의 전근, 그 외 기억에 남지 않는 수 많은 이별.


그 당시 그 이별은 내 눈물을 모두 앗아갈 정도로 큰 사건이었고, 그 이별을 막을 수 없음에 평생 한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십 여년이 지난 지금 그 이별은 단편적 기억으로만 남아 경찰서 사건 기록부에 줄글과 몇 장의 사진으로만 기록된 사건들처럼 빛바랜 채 마음 속에 박제되어 있을 뿐이다.


김주영의 장편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에는 여러 이별이 나온다.


소설 속 가장 큰 서사를 차지하고 있는 ‘삼손’ 장석도와 주인공의 이별을 비롯해 동네 또래였던 ‘옥화’의 죽음, 학교 여선생님과 이발관 아저씨의 사라짐 등 다양한 이별은 주인공인 ‘나’에게 당시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우와 어머니와 함께 회상하는 여러 이별들은 단편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고, 오히려 또렷하게 남은 건 장석도가 떠난 마을의 분위기, 옥화 아버지이 귀기어린 눈빛, 좌와 우를 가르는 시대의 찬 바람이었다.


고기잡는 사람은 갈대를 꺾지 않는다.


갈대가 있음으로 물고기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걸 모르고 갈대를 죄다 없애기 일쑤이다.


그렇게 사라져간 시대, 사람들, 장소 모두에게 대신 미안한 마음이다.


그나저나 김주영의 소설은 따뜻한 황토색같다.


차가운 시대상을 제대로 보여주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이런 소설이 점점 사라지겠지?


시간의 흐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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