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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짱ㅣ원시인 Jun 05. 2023

수불석폰(phone), 러닝중독자

수불석권( 手不釋卷): 손에서 절대 책을 놓지 않는다.

수불석권( 手不釋卷)이라는 사자성어를 알고 있는가? '손에서 절대 책을 놓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지하철을 타면 신문이나 책을 보는 사람들을 왕왕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찾기 힘들다. 모두 스마트폰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1:1 개인 맞춤형 네트워크 거미줄 세상이다. 내 입맛에 맞게 쫙쫙 맞춰 준다. 빠져 나올라야 나올 수가 없다. 너무도 달콤, 재미 가득이기 때문이다. 아니 달콤과 재미에 갇히기보다 이제는 떠나 살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 신체의 일부처럼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된다. 오장육부에 + 폰(phone)이 추가가 되어야 할 판이다.


운동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내 삶의 일부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작심삼일의 대표스타 운동은 도대체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까? 1년? 2년? 5년? 아니 평생??? 질릴 때까지?? 무덤 속에 들어가기 전까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운동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니...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곡기다. 밥을 끊는 순간 인간이나 동물이나 죽음의 코앞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별이 되는 순간까지 우리는 밥을 먹지 않는가? 바로 그것이다. 운동은 죽을 때까지 삶의 일부로 흡수되어야 한다.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내 옆에 드러누워 TV 보며 멀티 폰하는 배우자처럼 말이다. 그냥 운명이다.


운동은 살 빼려고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매 순간 산소를 들이마시 듯, 때가 되면 허기진 뱃속을 채우듯 그냥 그렇게 평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조물주로부터 노동을 하게끔 만들어졌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우리는 운동으로 채워야 한다.


군에 있을 때 체육 전공 동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인간은 언젠가는 반드시 체육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 사람들이 그것을 몰라.", 체육의 비전과 당위성을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운동을 "왜 해야 해요?"라고 묻지 마라. 그냥 해야 한다.


달리기가 내 삶이 된 다음부터는 달리기 관련 서적과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일이 많아졌다. 점점 러너로서 몸과 마음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러너가 되어 가게 되는 것이다.  


달리기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화 한 켤레와 가벼운 운동복만 있다면 말이다. 명절 때 너무 많이 먹어 속이 거북하면 한 바퀴 돌고 온다. 씹킬로! 한 바퀴~ 후딱

만약 해외여행이나 출장지에 간다면 그곳에서 그곳을 두 발로 알아간다. 해외여행 가서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분주히 출근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이곳을 가슴으로 마신다. 어쩔 때는 내가 이곳에서 달리고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해진다.


사이클을 타고 해외 라이딩은 참 매력적이다. 하지만 해외 라이딩을 즐기려면 챙겨야 할 것이 어마무시하게 많다. 국내 투어 라이딩이면 차에 싣고 이동하여 탈만 하지만, 해외라도 갈라 싶으면 자전거 캐리어(하드, 소프트캐리어)부터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가져가야 할 짐이 많기에 비행기 추가 요금부터 이동 간 파손 걱정은 덤이다. 그리고 헬멧, 의류, 장갑, 그리고 클릿슈즈를 챙겨야 한다. 이중 뭐 하나라도 챙기지 못하면 대략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가는 곳이 겨울이면 더욱 복잡해진다. 기모 져지와 빕숏에 바람막이 그리고 두꺼운 장갑, 슈커버(신발 덮개)까지 어느 하나 빼먹으면 라이딩에 낭패를 본다.


하지만 달리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게 어디를 가도 쇼핑백(운동화+운동복) 하나 정도 짐이면 끝난다. 물론 겨울이면 옷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수량이 늘지만 아무리 겨울이어도 15분가량 달리면 온기가 꽉 찬다. 이처럼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간편한 운동은 없다. 그냥 내 의지만 장착하고 길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거기에 가민(Garmin), 애플워치, 스마트폰 등에서 사용하는 어플레케이션 하나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동해안에 자주 간다. 해안도로를 따라 내 맘대로 달려 본다. 파도소리와 봄빛을 맞으며 말이다. 파도에 부딪혀 내뿜는 포말은 맥주의 시원한 거품처럼 가슴까지 시원함을 준다. 사람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은 해안도로를 파도와 내 숨소리만 들으며 그렇게 뛰어간다. 멀리 해안가의 모래사장은 내 눈을 호강시켜 준다. 그렇게 달리다 보이는 빨간색 등대를 찍고 반환점을 돌아 다시 달린 길을 돌아오며 그렇게 자연을 만끽한다. 전기차를 타니 가끔 차량을 충전한다. 1시간가량의 급속충전시간 동안 나는 달린다. 그렇게 경포호의 멋들어진 호수를 따라 말이다. 윤슬이 가득 찬 호수와 바람은 그렇게 나의 땀을 닦아주었다.  


뭐든지 같이 하는 것은 그 가치를 높여준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혼자 하는 라이딩보다 여럿이 하는 팀라이딩이 훨씬 힘이 덜 들고 멀리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러닝도  마찬가지다. 함께 뛰는 맛이 있다. 그런데 난 늘 솔로잉이다. 러닝은 솔로잉도 좋지만 함께 뛰는 맛도 러닝의 참 묘미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린 후 청량한 생맥주 같은 러닝! 생각만 해도 가슴까지 설렌다. 사실 내가 러닝하는 진짜 이유는 땀 흘리고 마시는 세상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다. 그 맛은 달려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렇게 나는 러닝에 중독이 되어 간다. 아니 되었다. 그런데 어쩌면 러닝이 아니라 세상없는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러닝하는 것은 아닐까?  


땀 흘리고 먹는 맥주 한잔! 바로 이거지.

내가 달리는 이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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