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두 시의 운동장을 걷고 있자면
세상 모두와 함께 잠드는 것만 같아 겁이 난다 다시는 오지 않을 여행지에서 떠나듯
왜 이별을 두려워하게 되었는가
아마도 나는 아직 첫사랑에 목 놓아 우는 사람
슬픈 노래를 듣고 슬픈 생각을 하다가
저 그네가 나를 덮친다 흙바닥에 뒹굴고 싶었을 뿐인데
같은 밤하늘을 공유해도
누군가는 젖은 손수건에 기대고
제자리 나무의 줄기를 타고 오르던 개미
그게 못내 아쉬워 뒤로 가지 못했던 그대는 그물을 덮쳐 버린 호수처럼
눈사람을 만드는 것에 욕심을 냈다
겨울 한파에 흘러내린 구슬이 아쉬워
정신없이 얼어붙은 길을 뛰다가 넘어지다가-
하수구의 낮은 물소리에 안심하며
두껍아 두껍아 어디로 갔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