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먕 글/그림, 2024~2025, 네이버웹툰
“생명체를 돌보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며, 우리는 그들이 실수할 수 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부모로서 부족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만약 부모 자격시험이 있었다면 난 통과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다행히 그런 시험이 없었기에 나는 아빠가 될 수 있었고, 육아의 행복과 고통을 모두 맛보았다. 이제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어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지만,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내 인생의 큰 버팀목이다. 만약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모가 되기를 거부했다면, 얻지 못했을 귀한 경험이었다.
최근 딸의 추천으로 본 웹툰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을 보고 든 생각이다. 육아·힐링·판타지가 절묘하게 조합된 작품인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모의 마음을 담았다. 고먕 작가의 데뷔작으로 네이버웹툰 2023년 지상최대공모전을 거쳐 최근 총 31화의 짧은 정식 연재를 마쳤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지만, 작품 감상에 크게 방해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토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야생에서 구조되어 보육원에 맡겨진 유아기 인간인 모리의 귀여움에 반한 어떤 외계인이 모리의 후원자가 되었다가 아예 진짜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고 모리를 입양하기 위해 신적 존재와 법정 다툼을 벌이는 이야기”다. 한 줄 더 보태자면, “모리의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 외계종족이 한 다스 정도 더 나오는데, 우여곡절 끝에 모두 모리의 엄마가 되는 데 성공했다”이다.
그 외계인들은 자신들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걸 심판자들에게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인간에게 엄마가 무슨 의미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조사하던 외계인들은 경악했다. 엄마가 하는 일은 많아도 너무 많았고, 한 존재가 그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완벽한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진 외계인들은 모리를 포기할 생각까지도 하게 된다. 이미 모리는 그들을 엄마로 받아들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 장면에서 나는 잠시 스크롤을 멈췄다. 과거의 나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아빠가 되려 했던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나보다 훨씬 능력 있는 사람들도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어서, 자식들에게 충분히 잘해줄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서 아이 낳기를 고민하는 모습을 몇 번인가 보았다. 나는 그들에 비하면 부족했지만,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무모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감사한다. 그 덕분에 사랑하는 딸들과 만날 수 있었으니까.
아빠가 되고 나서야 부모노릇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도, 내가 얼마나 부족한 부모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내가 아빠여서 미안하다는 생각도 몇 번인가 해봤지만, 세상 쓸데없고 무의미한 고민이었다. 나를 아빠라고 불러주는 누군가가 있는 이상, 나는 아빠이기를 그만둘 수 없으니까. 그런 고민할 시간에 어떻게든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필요했다.
웹툰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나오는 외계인 엄마들도 나와 비슷했다. 자신들에게 과연 엄마가 될 자격이 있는 지를 수없이 되물었지만, 답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은 모리를 위해 무엇이든 해보겠노라고, 혼자서 부족하다면 다 함께 힘을 모아서라도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결심했고, 실천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엄마가 될 자격으로 충분한 것이었다.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한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다. 다른 자격은 필요 없다. 모리와 그의 외계인 엄마들, 그리고 이 사랑스럽고 예쁜 웹툰을 본 우리 모두가 오래도록 그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