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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갑자기 너무 어려운 책을 빌려왔다.

수준에 맞지 않은 책을 가져올 때, 엄마는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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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읽은 책을 소재로 삼아서 이야기하기 위해선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는 분명 대충 읽었을 것이다”, 라는 사실을 먼저 깔고 가야 한다는 것이죠.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었을 거라는 기대를 한다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마자 허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실망한 내색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아이가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는 전제가 있다면 예상치 못한 아이의 색다른 의견이나 해석에 놀라는 반응을 할 수 있고, 그 반응은 아이로 하여금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해서 생성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학교에서 죽임 당한 한 아이를 둘러싼 소문과 친구관계를 다각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입니다. 단층적으로 봤을 땐 학교폭력의 희생양이 된 서은이와 서은이의 친구였던 주연이의 교묘한 괴롭힘의 단순한 구도로 보이지만, 각 등장인물의 배경과 내면의 갈등구조를 깊이 있게 드러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각자의 상황에 공감할 수 밖에 없도록 전개됩니다.


아이가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그걸 기회로 대화의 장을 여는순간 일상에선 하기 어려운 주제를 깊이있게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대답은 종종 서툴고 엉뚱하지만, 그 틈에서 나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주인공인 주연이가 불통의 부모를 가졌다는 점보다, 친구가 없어서 힘들거라고 이야기 한 점에서 아이가 가족보다 친구가 중심이 된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소재로 삼은 깊이있던 그 밤의 대화의 시간을 아이는 나 못지 않게 좋아했던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길게 늘어지는 엄마의 말에도 귀기울여 듣고 있던 아이는 대화가 끝나고 나서 이 이야기도 글과 그림으로 꼭 남기라고 요청을 해왔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한편의 에피소드로 남겨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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