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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엔도 슈사쿠

"자네가 그러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은, 신의 은혜와 신의 사랑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타종교를 갖는 건, 신의 은혜가 없어서일까요?"_p.182


한 세기를 겪는 여러 인물들, 생의 의미의 경계에 놓인 한명 한명의 삶이

생과 사를 아우르는 '겐지스 강'에 모인다.


중간쯤, 저 위의 질문에 맞닥뜨렸을 땐

전율이 사지를 훑어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종교를 갖게된 후 줄곧 마음에 돌덩이가 되어 내려앉은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은 설렘과 동시에,

이 작은 책을 통해 무슨 대단한 것을 깨달을까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낀 감정은

잔잔한 수면에 돌이 던져진 듯 마음에 남아,

오랫동안 멈출줄 모르고 퍼져나갔다.


엔도 슈사쿠의 책은 종교성이 짙다.

그래서 작품성에 비해 독자층이 제한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만약 종교의 색에 갇혀 제한된 스펙트럼으로 이 소설을 본다면,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다각도로 엮어 인생과 세계를 꿰뚫어내는 시선을 놓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저 위의 질문을 중심맥락으로 나 스스로의 답을 찾아갔다.

진정 신의 은혜는 무엇인가.

탄식으로 마무리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내가 바라보고 행해야 할 자세는 또 무엇일까.

아마 작가는 비석에 남겨진 이 글귀에 

모든 탄식을 담아내지 않았을까.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르릅니다.

- 침묵의 비(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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