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 Apr 26. 2022

주위에 이상한 사람이 가득하다면 색안경을 벗어라

상호작용의 법칙

주위에 이상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지독하게 놀라운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건, 어쩌면 단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지도 모른다.

 



지인 중에 같이 일하는 사람 때문에 화병이 생길 것 같다는 사람이 있다. 하급자인데, 수년을 함께 일했는데도 아직도 제대로 할 줄 아는 일이 없다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사소하게 간식 하나 사러 가서도 뭘 사야 할지 몰라 바쁜 와중에도 전화를 걸어 어떤 종류를 몇 개를 사 갈지 꼬치꼬치 캐묻는다며 힘들어했다. 옆에서 들어도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신입이라면 또 모를까, 십여 년이 넘도록 그 사소한 결정도 힘들어한다니 분명 직원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말이다, 한창 지인과 대화를 하던 중 그 이유가 어쩌면 지인에게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인을 만날 때마다 나는 수년이 지난 일 가지고 핀잔을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었고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데, 볼 때마다 거의 매번 그 이야기를 꺼냈던 것 같다. 언젠가 내가 자신의 취향이 아닌 선물을 했던 모양이다. 세심하게 다른 사람의 취향을 반영하지 못한 내 실수이기도 했지만 이게 이렇게 두고두고 핀잔을 받을 일인가 싶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아, 어쩌면 그 직원도 늘 사소한 문제에 핀잔을 계속 들으니 어느 것 하나라도 내 책임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자연스레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누군가에게 하는 안 좋은 행동이 그 사람을 더 그 방향으로 고착시킨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하급자도 마냥 잘했다고만 할 수 없다. 그가 보는 대로 그저 남아있으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주변에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어떤 영향을 끼쳤기에 그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위해서.

 



나의 경우는 일의 큰 틀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사소한 것에 힘을 쏟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사실 일하기 싫어서 일지도;;) 아까 선물을 세심하게 고르지 못한 문제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그런 나는 꼼꼼하고 디테일에 집착하는 상사를 만나면 매우 힘들어한다. 직접적으로 승인을 요청하는 것과 업무에 협조를 바란다고 에둘러 말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차이일까 싶어, 상사가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만 한다. 그렇게 나는 괴로워진다. 반면 상사는 내가 꼼꼼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남들보다 더 철저하게 나의 일에 관여할 것이다. 더 꼼꼼히 검토한 만큼 더 수정할 것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그럼 이제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사표를 쓰는 것? 땡! 더 꼼꼼한 사람이 되는 것? 땡! 그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사가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간혹 진짜 괴롭히기 위해서 그런 사람도 있.... 흑) 어쩌겠는가, 내 상사의 성격이 그러한 걸. 나를 보는 상사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괴로워할 바엔, 차라리 그 상사에게 잘 배워서 큰 틀을 보는 안목 더하기,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훌륭한 직원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편이 낫다. 상사가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을 지속하는 한, 정말 그 상사는 나를 더 괴롭히는 사람으로 변모한다. 은연중에 상사를 대하는 태도에서 상사도 불편한 기운을 받아가기 때문이다. 기억하자. 인간은 상호 작용을 한다는 것을.

이전 02화 완벽함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