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이상한 사람이 가득하다면 색안경을 벗어라
상호작용의 법칙
주위에 이상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지독하게 놀라운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건, 어쩌면 단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지도 모른다.
지인 중에 같이 일하는 사람 때문에 화병이 생길 것 같다는 사람이 있다. 하급자인데, 수년을 함께 일했는데도 아직도 제대로 할 줄 아는 일이 없다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사소하게 간식 하나 사러 가서도 뭘 사야 할지 몰라 바쁜 와중에도 전화를 걸어 어떤 종류를 몇 개를 사 갈지 꼬치꼬치 캐묻는다며 힘들어했다. 옆에서 들어도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신입이라면 또 모를까, 십여 년이 넘도록 그 사소한 결정도 힘들어한다니 분명 직원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말이다, 한창 지인과 대화를 하던 중 그 이유가 어쩌면 지인에게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인을 만날 때마다 나는 수년이 지난 일 가지고 핀잔을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었고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데, 볼 때마다 거의 매번 그 이야기를 꺼냈던 것 같다. 언젠가 내가 자신의 취향이 아닌 선물을 했던 모양이다. 세심하게 다른 사람의 취향을 반영하지 못한 내 실수이기도 했지만 이게 이렇게 두고두고 핀잔을 받을 일인가 싶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아, 어쩌면 그 직원도 늘 사소한 문제에 핀잔을 계속 들으니 어느 것 하나라도 내 책임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자연스레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누군가에게 하는 안 좋은 행동이 그 사람을 더 그 방향으로 고착시킨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하급자도 마냥 잘했다고만 할 수 없다. 그가 보는 대로 그저 남아있으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주변에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어떤 영향을 끼쳤기에 그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위해서.
나의 경우는 일의 큰 틀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사소한 것에 힘을 쏟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사실 일하기 싫어서 일지도;;) 아까 선물을 세심하게 고르지 못한 문제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그런 나는 꼼꼼하고 디테일에 집착하는 상사를 만나면 매우 힘들어한다. 직접적으로 승인을 요청하는 것과 업무에 협조를 바란다고 에둘러 말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차이일까 싶어, 상사가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만 한다. 그렇게 나는 괴로워진다. 반면 상사는 내가 꼼꼼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남들보다 더 철저하게 나의 일에 관여할 것이다. 더 꼼꼼히 검토한 만큼 더 수정할 것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그럼 이제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사표를 쓰는 것? 땡! 더 꼼꼼한 사람이 되는 것? 땡! 그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사가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간혹 진짜 괴롭히기 위해서 그런 사람도 있.... 흑) 어쩌겠는가, 내 상사의 성격이 그러한 걸. 나를 보는 상사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괴로워할 바엔, 차라리 그 상사에게 잘 배워서 큰 틀을 보는 안목 더하기,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훌륭한 직원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편이 낫다. 상사가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을 지속하는 한, 정말 그 상사는 나를 더 괴롭히는 사람으로 변모한다. 은연중에 상사를 대하는 태도에서 상사도 불편한 기운을 받아가기 때문이다. 기억하자. 인간은 상호 작용을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