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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Dec 04. 2020

완벽함은 없다

그냥 하기

우리가 어떤 일을 뒤로 미루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순히 게을러서, 오늘 할 일이 많으니 우선 이것부터 하고, 그 일은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되니까, 배고프니까 일단 밥 먹고, 책상부터 정리하고 해야겠다 등.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이유는 아직 완벽하지 않으니 조금 더 연습해서 완벽하게 할 수 있을 때 해야겠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일을 평가받기 전에 충분한 연습은 필수다. 단지 이 연습이 제대로 실현되어야 할 때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모두에게 마이너스일 뿐이다. 



글을 쓰겠다고 나대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한 친구는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 반응이 나쁘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작은 출판사에서 출판을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친구는 그 제의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자신이 보기에 그 작품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뭔가 조금 더 걸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가 대형 출판사의 제의를 거절해 아주 큰 기회를 박찬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살아본 나로서는 그게 조금 안타까웠다. 그가 생각하는 완벽이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 이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출판사도 인정을 했고, 웹소설을 읽었던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면 굳이 거절할 필요까지 있어나 싶다. 



그의 주장은 출판된 책 중에 쓰레기들이 너무 많아서 혐오스러운데 자신까지 그런 책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한다. 종종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긴 했다. 내용도 없고 의미도 없는 책들이 넘쳐나는 시대라 책도 가려서 읽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정녕 쓰레기가 될지 보물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의 생김새가 다르듯이 사람들의 생각 또한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겐 시시하고 고루한 스토리라고 치부되어 그대로 덮어버릴 책일지언정,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직장에서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결국 사표를 던지고 나왔을 때 삶이,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없어져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때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택한 방법은 도서관에서 내게 힘을 줄 수 있는 책들을 골라 읽는 것이었다. 그 책이 유명한지, 좋은 평가를 받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비록 여기저기서 긍정을 짜깁기 해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손가락질받는 책일지라도 그게 나에게는 산산조각 나버린 긍정 마인드를 하나하나 꿰는 도구가 되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그러니 스스로 느끼기에 부족하다고 보여도 두려워 말고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기 바란다. 그 한걸음의 발자취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을 새로 시작하거나 창조하는 어떤 행위를 하게 될 때, 그 행위에 자신이 전적으로 몰두하게 될 때까지는 망설이고, 물러날 기회를 엿보고, 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을 계속 갖게 되어 있다. 세상에는 기본적인 진실 하나가 있는데 이 진실을 무시하면 수많은 생각들과 반짝이는 계획들이 사멸되어 버린다. 이 진실이란, 사람이 어떤 일을 계속할 때 그 일에 전념을 다하는 순간 신의 섭리도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모든 종류의 일이 발생하여 그 사람을 도와준다. 이 전체 흐름의 시작은 그 사람이 자신을 바치겠다는 결정을 하면서부터 나타난다. -괴테-"



괴테는 과연 주저하고 망설이던 순간이 있었을까? 변호사로 개업하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기 전까지가 그 시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온전히 자신을 다 바친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괴테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괴테의 말처럼 망설이고 물러날 기회를 엿보다가 수많은 생각들과 반짝이는 계획들이 사멸된다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리고 자신을 바친다는 건 어쩌면 흑역사가 될지도 모르는 자신의 발자취까지 수용하는 마음이 아닐까?



완벽해지려는 것, 그건 어쩌면 인간이 신이 되려는 완벽한 오만일지도 모른다. 완벽해지려는 욕심이 되었든 망신당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 때문이든, 주저하고 망설이지 말고 일단 시작하자. 당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누군가가 괴로워지고 고통스러워지는 일이 아니라면 당신에게는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가 있다. 오히려 나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무너짐이나 슬픔이 아니라 이 세상과 동화되는 아름다운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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