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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Dec 20. 2020

인생이란 언젠간 마법처럼 풀리는 법이다

모두 지나간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우울해진 탓일까, 문득 몹시도 우울하고 어려웠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그 좁디좁은 원룸에 셀프 감금했다. 얼마나 마음이 꼬여 있었는지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비참하게 느껴지던 때였다. 세상은 이렇게 따사롭고 밝은데 내 마음은 춥고 어두워서 마치 햇살이 그런 나를 조롱하는 것 같았다. 너 빼고 다 행복해. 추운 결울 날, 나를 환하게 비추던 햇살에 남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사는 게 힘들었다. 벌이는 시원찮은데 숨만 쉬어도 꼬박꼬박 월세와 공과금이 빠져나갔다. 매월 마이너스이고 잔고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 하루하루가 위태로웠다. 라면이 지겨워서 작은 밀가루를 사다가 다시다에  오직 밀가루 반죽만을 뜯어 넣어 수제비를 해 먹었다. 내 게으름도 한 몫했지만 다른 반찬은 없었다. 그렇게 강제 다이어트를 하며 20대에도 달성하지 못했던 내 인생 최저 몸무게를 서른이 넘어서 기록했다. 거의 6~7kg이 단지 제대로 먹지 못해 빠졌다.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 살지 않았어도 됐는데, 밖에 나가서 아무 일이나 해도 그것보단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는데 우울감 때문인지 그러기가 싫었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아무 일이나 하는 건 내 인생의 방향과 맞지 않아서였을까? 어쩌면 도무지 보이지 않는 미래가 불안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꿈도 잃고 어쩔 수 없이 남들처럼 평범하게 안정적인 직장을 들어가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희망이 없었다. 내 삶이 꼭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길 잃은 종이배 같았다. 물에 젖어 곧 찢어질 것 같은.......



흑역사라면 흑역사일까, 친구들도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하도 보채는 통에 겨우 나간 자리에서 울음이 터졌다. 결코 남들 앞에서 눈물은 보이지 않았는데 그날 결국은 틀어막었던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친구들에게 했던 말이 정확히 기억난다. '내 인생에 미래가 없어. 너무너무 불행해.' 친구들도 아무 말하지 못했다. 마치 동의한다는 듯.......



불과 3년 전쯤의 일인 듯하다. 그렇다고 3년 동안 계속 저렇게 힘들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 힘든 시기를 벗어나기까지는 무던히도 힘들었다. 배고픔도 배고픔이지만 사실 가장 힘든 건 희망 없는 불확실한 미래였다. 희망이 없는 것, 그건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는 걸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지금 이렇게 살만해지고 돌이켜보니 희망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내 앞에서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이 있음을 알아채야 했다. 내 앞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놓여 있음을 깨달아야 했다. 지친 내 몸과 마음을 누일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음에 감사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에 다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조금은 덜 불행하지 않았을까? 힘든 시절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인생이란 살아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풀리는 법이다.'란 대사가 나왔다. 그냥 그 대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는데 지금은 정말 그걸 알 것 같은 기분이다.




현재 누군가는 내가 겪었을 고통, 혹은 그 이상을 버텨내고 있을 줄 안다. 힘을 내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살아있기를, 그래서 꼭 어떻게든 풀리는 마법을 경험하고 웃을 수 있길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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