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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Feb 15. 2021

내 자리는 내가 만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진리

언젠가 사주에 역마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일까? 참 거주지의 변동이 많았다. 어릴 때야 이 집 저 집 전, 월세를 옮겨 다니느라 그랬다지만 성인이 된 후로도 잦은 이사를 하는 걸 보면 정말 역마살이라는 것이 붙은 게 틀림없다. 회사 때문에 고향을 떠나온 지 어언 3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타지에서도 계속 이동을 해야만 했다. 인사발령이라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연고도 없는 타지에 왔을 때 나 스스로가 참 이방인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 말로 현타가 왔다고 할까. 생전 탈 일 없을 것 같던 타지의 버스를 타고 난생처음 보는 거리를 돌아다닐 때  '지금 나는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참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약간의 우울증 같기도 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게 했다. 물론 그 속에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조금의 설렘도 있었다.


원래부터 호기심이 강했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어쩌면 남들보다는 지역 이동과 새로운 업무에 대한 거부감이 덜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나이를 들어가는 탓일까? 언젠가부터 이사 가는 것이 귀찮아지고 설렘보다 또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할 피곤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처음엔 여행이라고 여겼는데 어쩐지 다시 돌아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퍽 서글프다. 이런 변화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지만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한 것은 이렇게 빈번한 이동을 하는 내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왜 살아가다 보면 내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있는 것 같아서 고민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나보다 잘난 사람들과 있으면 내가 너무 무능력해 보여서 그렇고, 이상한 사람들과 있을 때 역시도 과연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인가? 여기 이렇게 이질감을 품은 채 살아도 되는 걸까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런데 원래부터 내 자리란 것은 어쩌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있는 그곳이 내 자리가 되는 것 같다. 어딘가 있다 보면 그저 그 자리에 내가 서서히 스며들 뿐이다. 내 능력을 넘어서는 자리에 있을 땐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원치 않는 곳에 가게 되었을 때 필사적으로 탈출을 꿈꾸는 것이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났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는데 결국 사람은 있던 자리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내가 어떤 자리에 오래 머물렀는지 거기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있는 자리가 곧 지금의 나다. 그러기에 지금 내 자리를 탓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10년 후에도 원하지 않는 자리에 계속 머물고 있다면 그건 온전히 내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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