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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Jul 18. 2021

밥은 천천히 먹을 때가 좋더라

목표 달성과 새로운 목표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딱 1년, 한 주에 한 개씩의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1년만 해보자는 다짐을 가지고 아직 1년은 안 됐지만 52주 치의 글을 썼다. 한 주에 한 개씩인데도 왜 그렇게 힘들던지 고백하자면, 가끔씩은 예전에 써 놓은 글을 대충 손봐서 올리기도 했다. 어느 날은 숙제처럼 억지로 앉아서 글을 쓰기도 했고 어느 날은 쓰고 싶은 글이 여러 개씩 떠오르기도 해 선별하는 날도 있었다. 여전히 서랍 속에 떠오른 주제들을 마구 휘갈겨 놓은 글들도 있다.




왜 그랬을까? 나는 1년 전 왜 딱 1년만 글을 써보자고 다짐했을까? 나는 거기서 무얼 얻었을까? 1년이라는 시간은 글을 성숙시키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던 걸까? 솔직히 처음의 그 마음과 그 다짐이 어렴풋하다. 시간은 흘렀지만 내 생활은 딱히 드라마틱한 변화도 없었고, 물론 잠깐의 해프닝이란 사건도 있긴 했지만... 아무튼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더 멀어 보이는 것은 이쯤에서 딱 쓰러지기 좋은 마음을 갖게 한다.  특별히 무더위에 지치게 만드는 계절도 한몫하는 것 같다. 거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위협.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장점마저 무더위가 집어삼킨 요즘은 정말 기운이 없다.




살면서 참 많은 것을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그걸 실천하기는 힘들다는 사실과 여전히 참 내가 작은 사람이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요즘, 그래도 힘겹게 써 온 글들이 다시금 내게 힘을 준다. 이 글들이 아니었다면 정말 주저앉아서 '나 지금까지 뭐했나?' 하는 한탄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글을 쓰나 보다.  다시 생각해 보면 글을 썼던 처음은 터져 나오는 마음의 응어리 같은 것을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고 그 마음 아주 작은 한 켠으로는 사람들에게 귀감을 주고 싶었다. 과연 내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 한 사람쯤은 없겠나 싶은 마음과 나를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외로웠던 나처럼 누군가는 소소한 위로들이 필요할 것을 안다.




느린 사람. 난 참 느린 사람이다. 밥을 먹을 때도 느릿하게 먹어서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한다. 그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밥을 허겁지겁 먹을 때도 많은데 그러면 꼭 탈이 난다. 만성 소화불량을 달고 사는 것이다. 타고난 성정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밥을 느리게 먹어야 하는 것처럼 삶도 조금 느리게 살아야 하나 보다. 밥을 빨리 먹을 때 보다 천천히 여유롭게 고상하게 밥 먹을 때가 더 행복하다. 그게 내 속도인가 보다. 그래서 비록 1년만 하면 뭔가 또 다른 길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들이 모두 예상을 비켜갔지만 그래도 느림의 미학처럼 내게 남은 글들을 벗 삼아 또다시 100편의 장정을 떠나볼까 한다. 52편의 글을 써낸 사람이 48편이라고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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