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살아온 인생은 없다
앞으로의 선택이 과거를 재해석하니까
인생을 잘 못 살았나 싶은 생각이 잠잠한 내 마음을 똑똑 두드릴 때가 있다. 원하는 일이 자꾸 어긋나고 실패할 때만 '내가 인생을 잘 못 살았나?'라고 각성하는 것도 아닌 듯싶다. 때로는 아무런 꿈 없이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아온 사람에게도, 혹은 남들이 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100점짜리 삶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잘 못 산 것은 아닌지 후회하고 삶 전체를 의심한다. 아주 평온하고 조용한 휴양지에서 오히려 마약을 하는 청년이 더 많다는 것을 보아도 심심한 삶을 참지 못하는 인간의 배배 꼬인 성질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왜 후회를 하는지 저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결론은 모두 잘 못 살아온 삶은 없다는 것이다.
흔히 지금의 선택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지금의 선택이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 또한 결정한다는 것이다. 과거가 직접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삶을 사는지에 따라 과거의 의미가 재해석된다. 재밌는 사실은 과거를 후회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욕구를 억누르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그때 조금 더 놀았으면 하는 후회를 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모두 무시하고 마음껏 산 사람도 그때 남들처럼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물론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은 욕심이 많아서 항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많다.
그래서 과거가 후회스러운 건 어쩌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고 여기에 너무 매몰되어서 앞으로의 선택을 망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에 충실하느라 정작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일 한 번 못해보고 청춘이 지났다는 사람이 안타까운 점은 후회하느라 현재의 안정된 삶에 고마움을 잊은 것이다. 언제나 고마움과 후회의 감정을 저울질해서 고마운 마음이 크도록 삶을 살아가면 늘 행복할 수 있다. 그러니 설령 내가 유흥을 즐기는 삶을 살았을지라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그 아름다운 젊음을 마음껏 만끽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 그만이다.
후회될 땐, 현재의 삶에 대한 고마움을 증폭시킬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할지 빨리 결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계속 후회만 하는 사람은 변화를 위한 노력이 귀찮다는 표현을 에둘러한 것일 뿐이며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다. 우리네 삶은 결코 과거의 순간에 고정되지 않으며 죽을 때까지 변하고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그리고 결과가 좋으면 그 과정도 미화된다. 내가 후회스러운 삶을 살았다는 과거를 죽음까지 끌고 가 인생 전체를 후회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잉여의 삶을 살았지만 절실히 깨닫고 노력하여 반전의 삶을 살았다는 인생 역전 스토리를 써 내려갈지는 바로 지금 선택할 수 있다. 마무리를 멋지게 해내면 그 과정이, 내 과거가 단지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역경이자 발판이었을 뿐이다.
나 역시 꿈을 꾸지 않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취준생으로 살아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원하던 바가 모두 실패했을 때 사는 것이 어려우면 늘 하던 생각이다. 하지만 빨리 현실을 인정했다. 어차피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취준생으로 살아왔다한들 그때 꿈을 위해 한 번 노력해보지 않은 삶을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보다는 조금 현명하게 꿈을 좇는 법을 찾았다. 이 역시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종국에 나는 뭐라도 될 것이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가끔 현실에 발 딛고 이상을 좇는 것이 힘에 부치기는 하지만 내 방식대로 깨달아 온 삶의 과정이 있었기에 이게 나에게 맞는 방식임을 알았다. 그러므로 그 어떤 삶도 잘 못 살아온 인생은 없다. 그저 아름다운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할 트릭이다. 후회말고 앞으로의 삶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