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셔테리어 모찌의 보호자님은 암 투병 중이었다. 운명의 장난인지 모찌도 부신에 종양이 있었고, 폐에 전이 가능성이 높은 병변도 발견되었다. 부신 종양 제거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전이 의심 병변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경구 항암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했다. 기대 수명은 1년에서 1년 반 정도. 항암 치료를 시작할 때 보호자님과 약속했다.
그렇게 6개월이 더 지났다. 이제는 암의 전이보다 항암제의 부작용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간수치가 계속 높아졌으며, 신장 손상이 심해져 단백뇨도(뇨에서 단백질이 검출되는 증상) 악화되었다. 단백뇨 치료제를 투약하고 증량해도 개선되지 않았다. 진퇴양난이었다. 항암제를 감량하거나 단약 한다면 지금 폐 쪽의 전이병변이 더 커질 수 있다. 보호자님도 암 투병 중이시다 보니, 지금 상황에 대한 이해가 빨랐다...
논의 끝에 항암제를 감량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단백뇨 수치와 간수치는 점차 떨어졌고, 폐 병변은 악화되지 않았다. 3주쯤 지나니, 우려하던 문제가 생겼다. 재진 일이 아직 남아있지만, 모찌가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졌다고 내원을 하셨다. 항상 혼자 오셨었는데, 이번에는 친구분이 처음으로 동행하셨다. 의외로 보호자님은 너무나도 평온하셨다. 하지만, 안색이 평소보다 더 창백하고, 눈 밑에 다크서클과 충혈되어 있는 눈은 평온한 말투와 어울리지 않게 묘하게 이질적이었다.
흉부방사선을 보니 모찌 폐에 전이된 암 덩어리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커졌다. 산소포화도 역시 정상보다 낮았다.
"이제 정말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작은 진료실 안. 우리 셋은 말하지 않아도 결론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침묵이 지속되었다. 어렵게 보호자님이 말문을 여셨다.
"같이 사는 2마리 강아지가 더 있는데, 모찌가 먹을 것을 다 먹고 나서 다른 아이들이 밥을 먹을 정도였지요. 덩치는 작지만 항상 위풍당당했어요. 제가 집에서 쉬고 있으면 와서 툭툭 치며 맹랑하게 간식을 달라고 했지요. 피곤해도 그런 모습이 귀엽기만 했어요. 산책하다가 다른 강아지가 짖으면, 숨을 생각도 안 하고 꼬리를 세우며 노려보기만 했어요. 그랬는데... 이제는 기운 없이 누워만 있고.. 숨을 힘들게 쉬는데 도저히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네요."
다시 무거운 적막이 진료실 안을 감쌌다.
"선생님 말씀처럼... 이제는 보내줘야 할 것 같네요."
마지막 힘없이 말씀하시는 몇 단어의 무게가 내 어깨를 짓눌렀다. 보호자님은 오열하셨다.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2시간은 지났을까? 보호자님은 일어서지 못하셨다. 보호자님은 오늘 일어날 일을 이미 예상하고 계셨고, 그래서 친구분이 동행하신 것 같았다. 공허한 위로의 말과 괜찮다는 말들이 오가고 한 발씩 간신히, 차가워진 모찌를 데리고 동물 병원 문밖으로 나가셨다. 보호자님 건강도 챙기셔야 할 텐데.. 굳기 닫힌 문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봤다. 보호자님과 올 때마다 당당했던 모찌가내원했던 2년 넘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야기의 강아지 또는 고양이 이름은 가명입니다. 정보 보호를 위해 약간의 각색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