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선생님이 진료를 담당하는 희망이라는 강아지가 장 림프종 (악성 혈액암)으로 장기 입원 중이었다. 입원이 길어지니 동물병원 직원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희망이를 응원했다.
희망이는 시바이누였고, 항암 중에도 늠름하고 당당했지만 지속되는 혈변과 식욕 부진으로 점점 수척해졌다. 보호자님은 장림프종이 항암 치료를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항암을 시작하셨다. 하지만 점점 안 좋아지는 희망이를 보며 면회를 올 때마다 눈물을 흘리셨다. 보호자님의 흐느낌은 동물병원 직원들을 숙연하게 했다.
"희망아, 평소에 좋아하던 간식이잖아.. 제발 조금만이라도 먹어봐. 부탁해 희망아.."
희망이는 강제 급여를 했음에도, 혈변이 지속되니 빈혈수치가 계속 떨어졌다. 수혈을 여러 번 했지만 빈혈수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혈은 짧은 기간에 반복할수록 부작용 위험도 커진다. 설상가상으로 항암이 근본적인 치료인데,컨디션이 좋지 못해서 항암치료를 할 수 조차 없었다.
동료 선생님은 안락사를 조심스레 권유하고 왔지만, 보호자님이 아직 이별의 준비가 안 되어 희망이를 보낼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했다고 하셨다. 우리는 치료를 지속했고, 하루 이틀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지만 희망이는 일주일을 버텨냈다.하지만 입원 기간에 비례하여 보호자님은 수척해졌다.
희망이 바이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고비가 온 것이다. 체온 조절도 잘되지 않고, 혈압이 떨어졌다. 빈혈 때문인지 고통 때문인지,숨소리가거칠어졌다.앙상한 갈비뼈가 보였다.희망이는 더 이상 일어서지도 못했고 고개도 들지 못했다. 작은 바람에도 꺼질 것 같은 촛불을 보는 듯했다.
동료 선생님도 오래 진료해 온 아이여서 그런지 유난히 힘들어 보였다. 보호자님과 진료실에 들어가서 오랫동안 나오지 않으셨다. 긴 시간 상의 끝에 아이를 보내주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았다.
동료 선생님이 보호자 대기실로 가서 안락사를 진행하고 돌아왔다. 결정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비해, 안락사를 진행하는 시간은짧았다.
동료 선생님은 심장이 멈춘 축 처진 희망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희망이 결국 보내고 왔어요.."
동료 선생님의 두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양볼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아마도 보호자님들 앞에서는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에는 정말 밝고, 단단하고, 가끔은 냉정해 보이는 선생님의 눈물을 보니, 나 역시 코끝이 찡해졌다.
그곳으로 가서는 고통 없이 행복하기를..
일하며 동료 선생님들의 눈물을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역시 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하지만 보호자님들 앞에서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감정적으로 동요되는 상황을 겪은 후, 아무렇지 않게 다음 진료를 보며 밝은 모습을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때론수의사들도 돌아서서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이야기의 강아지 또는 고양이 이름은 가명입니다. 정보 보호를 위해 약간의 각색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