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봄이가 1주일 전부터 갑자기 한쪽 눈을 감지 않았어요. 지금은 양쪽 다 감지 못해요. 눈도 충혈되고 건조해지는 것 같고…. 불쌍해 죽겠네요. 계속 눈을 뜨고 있어서 자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신경계 평가를 진행하니, 안면신경 마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안면신경 마비는 호르몬 질환 또는 귀의 만성적인 염증 (내이염 또는 중이염), 원인불명, 종양, 시각 신경 염증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귀가 아픈 게 오래되지는 않았나요? 기력이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았나요? 어디에 부딪히거나 떨어진 적이 있었나요? 탈모는 없나요?”
해당 증상은 없다고 하셨다. 신경계 검사, 호르몬검사, 검이경 등 필요한 검사들을 진행했다. 이상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남은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MRI 촬영하는 방법밖에 없네요. 시각 신경이 지나가는 경로에 염증이 있거나 뇌에 종양이 있어도 이런 증상을 보일 수 있어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원인불명입니다. 그러면 안타깝게도 치료 방법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자연히 돌아오기도 하고, 아니면 계속 이렇게 눈을 뜨고 살아갈 수 있어요. 염증이 있다면 염증을 줄여주는 약물을 통해 치료해 볼 수 있습니다. 종양이라면,, 조금 더 심각하긴 합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네요. 가족들이랑 잠시 상의 좀 해보고 올게요.” 고민 끝에 보호자님께서는 MRI를 촬영하기로 하셨다. MRI를 촬영하는 시간 동안 나는 치료를 할 수 있게 차라리 뭐라도 나왔으면 하는 마음과 아무것도 없길 바라는 마음이 교차했다. 봄이는 깜빡이지 않는 큰 눈으로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빛 속에는 불안감과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MRI를 촬영했고, 다행히 마취에서 잘 깨어났다. 영상 선생님께서는 MRI 소견 상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셨다. 특발성. 결국, 원인불명이다.
“보호자님께 MRI 결과가 나왔는데, 이상 소견이 없네요. 다른 큰 질환이 없는 것은 다행이긴 한데, 이제 기다려보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종종 돌아오기도 하니깐 인공눈물 자주 점안해주시고, 충혈 심해지지는 않는지 눈 긁지는 않는지 봐주셔야겠습니다.”
1개월이 지났지만, 봄이는 눈을 계속 깜빡이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남은 생은 계속 눈을 뜨고 살게 될 것이다. 눈을 감지 못하는 봄이의 고통은 상상하기 조차 힘든 일이겠지만, 봄이는 한 달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해맑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담긴 의연함에서 우리의 걱정을 넘어서는 봄이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이야기의 강아지 또는 고양이 이름은 가명입니다. 정보 보호를 위해 약간의 각색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