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이야기
"왜 수의사가 되었어요?" 또는 "왜 수의대로 가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보람 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간단히 답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곤 했습니다.
사실 원래 저의 꿈은 소아과 의사였습니다. 어려서부터 보람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린 생명을 살리는 일, 그 모습이 숭고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아둔한 머리 덕분에 수능에서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표준점수에 따른 지원 가능한 학교들이 나열되어 있는 종이를 차근차근 살펴보았습니다. 가장 위에서부터 쓰여있는 숫자부터 내 시선은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학교와 학과가 보였습니다.
수의과 대학?
주변에 아는 수의사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실소가 나오지만, 막연히 수의사가 소아과 의사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말 못 하는 작은 동물들. TV 프로그램 '동물농장'에 나오는 인자해 보이는 수의사들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가족의 일원인 동물들을 치료한다면 보람찰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수의대로 진학하게 되었고, 나름 열심히 필요한 과정들을 성실히 마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업인으로서 한 사람 몫을 하는 수의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치료를 하고자 노력해도 무기력하게 안 좋아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내 손으로 곧 끊어질 것 같은 생명의 끈을 끊어내기도 했습니다. 더 나은 치료가 없는지,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밤새 고민하기도 했고, 이 결과가 최선이었나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보호자에게는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이별의 순간에 적절한 위로의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다 보니 점차 익숙해지는 것도 있고, 안락사 같이 여전히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하늘의 별로 떠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슬퍼하고, 보호자들의 눈물을 보이지 않는 손수건으로 닦아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좋아지면 보호자와 한 마음이 되어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진심을 다하는 마음만큼은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그마한 진료실과 동물병원에서 짧은 단편 드라마 같은 울고, 웃는 에피소드들이 쌓였습니다.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저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들께는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저만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