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고양이에서 심폐 소생 시 회복률은 대략 6-19%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바꾸어 말하면, 80~90%는 소생하지 못한다. 소생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심정지가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상 입원할 때는 입원동의서를 받고, 심폐 소생 여부를 체크하게 된다. 구찌라는 강아지가 내원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입원동의서를 받고 심폐 소생에 대해 설명했다.
"구찌는 노령에 간 기능 콩팥 기능도 떨어져 있고, 심장병도 동반해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하더라도, 소생 가능성은 더 낮을 수 있습니다."
보호자님은 동의하셨다.
입원 치료를 진행하는 중에 우려하던 일이 생겼다. 심박을 모니터링하는 기계의 파형이 사라지며,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심박수를 나타내는 숫자가 0을 가리켰다.
"응급이요!" 응급 테이블로 아이를 데리고 가고, 기계적으로 삽관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하며 심장을 마사지한다. 2분 정도가 지났을까 다행히 심박이 돌아왔다.
보호자님께 전화를 드렸다.
"구찌가 심정지가 왔었고, 정말 다행히도 심박이 돌아왔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심정지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얼른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시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숱하게 맞이한 상황이기에 기계적인 어조로 말씀드렸다.
"예?! 20분은 걸릴 것 같아요. 제발 좀 살려주세요.. 제발요.."
보호자님의 목소리가 당혹스러움과 슬픔으로 굉장히 떨렸지만, 한 단어 한 단어 정확히 말씀하기 위해 노력하셨다. 하지만 보호자님의 희망과는 다르게 15분쯤 경과하니 심정지가 왔다. 다시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보호자님 또 구찌가 심정지가 왔습니다! 얼마나 걸리시나요?!"
소생될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얼른 오셔야 했다. 이번엔 다급한 어조를 감출 수 없었다.
"길이 막혀서 10분은 더 걸릴 것 같아요.. 조금만 더 힘 내주세요."
4분쯤 지났을까? 응급테이블 위에서 구찌의 흉부는 계속 압박당했고, 기계음과 긴장된 숨소리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이번에도 심박 모니터 기계의 파형과 숫자가 돌아왔다.
곧이어 보호자님이 도착하셨다. 다급하게 들어온 보호자님의 두 눈은 퉁퉁 부어있고,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보호자님의 마음을 대변하듯 머리카락 어지러이 흐트러져있었다.
"구찌 내가 미안해. 내가 조금 더 잘해줬어야 하는데.. 그래도 이렇게 갈 수는 없어... 조금만 더 엄마랑 같이 있자. 조금만 더.. 아직 누나가 오고 있어 구찌야 조금만 더 버텨주라.."
보호자님의 따님이 일본 유학 중인데, 급하게 돌아오고 있다고 하셨다. 앞으로 2시간 정도는 걸릴 예정이라고 하셨다.
구찌는 이미 의식이 없고 심박은 뛰고 있지만,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아 호흡을 하고 있었다. 30분 정도 경과 후 또 심정지가 왔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또 심박이 돌아왔다. 그렇게 불가능해 보이는 시간이 지나, 따님이 도착했다. 모녀는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부둥켜안고 우셨다.
"구찌야.. 이게 무슨 일이야. 제발 일어나주면 안 될까? 누나를 봐서 제발 한 번만 일어나 줘. 부탁이야.. 누나랑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걸? 내가 멀리 가서 나한테 서운해서 그러는 거야? 제발 눈 좀 떠봐 구찌야.."
누나의 눈물이 구찌의 작고 지친 몸에 떨어질 때, 그제야 구찌는 마치 '이제 됐다'는 듯 심박이 서서히 0을 향해 떨어졌다. 또다시 우리는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0에서 숫자에서 올라가지 못했다.
간혹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일이 일어나곤 한다. 우연일 수 있지만 정말로 구찌는 누나가 오길 간절히 기다린 것은 아닐까?
이야기의 강아지 또는 고양이 이름은 가명입니다. 정보 보호를 위해 약간의 각색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