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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Dec 14. 2020

크리스마스 선물은  필요 없어

엄마 걱정은 하지마렴

이제 열두 밤만 지나면 크리스마스다. 코로나 여파로 아쉽게도 예전처럼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못 느끼는 것 같다. 분위기를 내고 싶어 유튜브에서 캐럴을 자주 듣는데, 이런 댓글이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12월 25일 아니고  그 전까지의 모든 설렘이 아니었을까.." 참 공감 가는 말이다. 그만큼 크리스마스 되기 전까지 많은 사람이 설레 하며 기다린다.   


어릴 때, 난 항상 산타할아버지 만나기를 꿈꿨다. 10평도 안 되는 오로코망한(제주 사투리인데, ‘작은’이라는 말이다. 이것만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기에 넣었다) 집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다(동생이 태어나기 전). 하루하루 끼니를 이어가던 우리 집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은 언감생심 꿈에도 못 꿨다. 하지만 난 항상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구멍 뚫린 아빠 양말 중에서 제일 큰 것을 골라내 머리맡에 두었다. 그다음 날, 역시 선물은 없었지만, 매년 양말을 놓았다.      


그런 아픔일까.. 난 아이가 태어나고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줬다. 산타할아버지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 두 돌이 넘길 때부터 일곱 살 때까지 미리 선물을 구매해서 직장으로 택배를 받았다. 아이와 항상 붙어 있었으므로 선물 보안은 철저히 해야 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전에 잠깐 짬 내서 문방구에 가서 포장지를 샀다. 차 트렁크에 선물과 포장지, 리본 끈을 두었다.

이브 날에는 아이가 잠잘 때까지 기다렸다. 어떤 날은 같이 잠들다가 새벽에 깨서 부랴부랴 차로 가서 선물을 꺼내왔다. 포장을 예쁘게 하고 항상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선물을 뒀다.

그다음 날,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트리 앞으로 달려갔다. 이번 연도에도 내가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었구나.. 뿌듯해하며 나에게 와 자랑을 하였다.

가짜 산타할아버지는 그런 아이를 보며 참 흐뭇했다. 선물 하나로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올해도 아이는 기대를 했다. 사촌 언니가 산타할아버지가 없다고 말을 해도 아이는 믿지 않았다. 매년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굳게 믿고 있었다.

올해까지만 산타할아버지를 할까 했지만, 초등학생이 되었다는 핑계로 올해부터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귀찮은 것도 있고)


“채린아, 올해는 산타할아버지가 채린이에게는 못 갈 것 같아. 할아버지는 다른 동생들에게 가기도 바빠서 초등학교에 들어간 어린이는 부모님들이 대신 선물을 챙겨주라고 했어.”

아이는 아쉬워했지만, 금세 수긍했다. 선물을 못 받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 달 전부터 아이는 인터넷을 보며 선물을 골랐다. 매번 바뀌었지만, 설레어했다.


그러다 어제, 잠을 자기 전에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엄마, 이제 크리스마스 얼마 남았어?”

“한 열두 번 더 자야 돼”

“엄마, 나 크리스마스 선물 필요 없어”

“왜?”

“엄마가 내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엄마만 있으면 돼”

라고 말하며 나를 안았다. 당황스러웠다. 감동적인 말인데, 나에게는 감동적이지 않았다.

아이  얼굴을 보니,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채린아, 울어?”

“아니”

“왜  우는 거야?”

“몰라, 그냥  눈물이  나왔어”     

저번에 더는 ‘희생하는 엄마로 살고 싶지 않다’라는 글을 썼는데, 내가 아이에게 눈물, 콧물 범벅된 엄마였다니..      


아이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지금 어린이집 휴게 선생님을 하고 있다. 적은 월급으로 살고 있다. (92만 원으로 아이와 살고 있습니다 참조) 저번 달에 자동차 보험비와 친정엄마 생신이 있어서 출혈이 컸다. 그래서 이번 달은 좀 아껴볼 요량으로 아이가 떼를 써도 딱 필요한 것만 사줬다. 그런 모습을 봐서일까? 아이는 집안 사정도 알 만큼 많이 커버렸다.


더는 어린애처럼 뭐 사주라는 말을 하는 철부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만들어 버린 사람이 나인 것 같아 미안했다. 왜 그런 모습을 보였는지 속상했다.      

그리고는 과연 이렇게 사는 게 잘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적은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너무 적은 월급이라 나도 모르게 아껴 썼던 것 같다. 다시 일해서 금전적으로 더 편한 생활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짧은 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다, 아이에게 말했다.

“채린아, 엄마를 생각해주는 마음은 고마운데, 엄마 채린이 선물 사 줄 정도 능력은 돼

그러니깐 선물 사도 돼"

아이는 계속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 그럼 정말 안 살 거지? 그럼 엄마야 좋지. 돈도 굳고 엄마 선물이나 사야겠다

아이는 고민을 하다가 “엄마, 나 장난감 살래 장난이야”라고 말했다.

“싫은데, 말 바꾸기 없기다. 엄마 진짜 안 사줄 건데”

“뭐야 나 살 거야”

라고 웃으며 우리의 대화는 마무리가 되었다.     


내년에 나는 계획하는 일이 있다. 그 일을 추진하려면 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아이를 지금처럼 오랜 시간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서 수익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내년에 그게 잘 될 수 있고, 안 될 수 있다. 아직은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다.


이제 2020년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처럼 마음의 짐이 있는 부모님들이 내년에는 하시는 일이 다 잘 돼서,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바라본다.      


모든 가정에 따뜻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출처: 유튜브 '산타도 대놓고 듣는다는 그 팝송' pap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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