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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Sep 21. 2020

온라인 캐나다 유학 첫날의 소회

'그 나이(?)에 박사가 가능할까'와 해서 '어디에 쓰려고'에 대한 대답

I have never expected this, but my PhD coursework just started in a strange way... online in Korea.



살면서 별 것 다해본다 싶고


커다한 회사 밖에서 생존 자체에 대한 공포감도 느끼지만


다시 이 무한도전을 시작한다.


회사가 최악일 때


보도국 내에서 그 누구와도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들지 않기 위해 책을 보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런던 가 있었고,


그곳에서 현재의 문제를 저널리즘 하나만으로 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갔다기 보다는 하던 일의 연장선상에서 내게 주어진 과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낮에는 150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새벽에는 온라인에서 이렇게 수업을 받는 가운데


비자수속은 아직 더디고


캐나다 국경은 여전히 폐쇄되어 있으며


가족의 건강을 걱정하며 정했던 밴쿠버는


미국 산불의 여파로 세계에서 공기 질이 가장 안좋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솔직히


'왜 이런 고생을 감당해야하는가' 스스로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부동산과 사교육얘기를 안할 수 있는

미친 사람 몇 명은 있어야 하고,


주차장에 파킹하듯 자리와 돈으로 삶의 가치를 환산하지 않을 사람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30년전 자본주의 작은 전장같았던 곳에서 교육을 받으며

경쟁문화와 강남의 토양에 반감이 있었는데, 어느덧 더많은 사람들이 30년전 느끼던 것과 비슷한 '강남성'을 지향해 가고 있는 흐름속에서 이 무모한 도전은 나의 작은 반란이라고 해두자.


대학교 시절 이탈리아어를 잠시 배우던 페루지아. 돈은 없었지만 무척 행복했었던 시절.

                                                                     


돈은 떠날 때보다 분명 적을 것이지만,


또 내가 믿고 있는 구석이 있어서가 아니라


놀이터 같은 세상에서, 돈없이 즐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이미 알고 있고, 또 삶이 그렇게 긴 것만도 아닌 것을 생각할 때 분명  해볼 만한 도전인 것 같다.


상황이 암울하지만


이런 무모함을 믿고 풀 펀딩을 해준 SFU와 교수님께 감사하고


또 이렇게까지 장난스러운 운명의 신에게도 감사하다.


더욱 많은 세상을 떠돌며


소셜미디어 시대에 세계 곳곳의 공영방송의 역할을 연구할 것이고 , 한류연구를 하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가 되버린 세계화의 자장안에서 감정 중심의 공론의 장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모르겠지만


무엇이 되겠다가 아니라 그냥 리서치를 잘하고 싶다


종교의 정치화, 혐오범죄, 인종주의 같은 미디어와 관련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담론의 장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벅찬 부분이 있다.



언젠가


이 지점들을 모두 지나면,


이것 역시 모르는 세계로 떠난


또 다른 형태의 여행이었으며


즐거운 것이었다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다.


2020.9.19


5년전 런던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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