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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Feb 28. 2021

다시 타는 비행기

캐나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다

Your time is limited, so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 Don’t be trapped by dogma — which is living with the results of other people’s thinking. Don’t let the noise of others’ opinions drown out your own inner voice. And most important, have the courage to follow your heart and intuition. They somehow already know what you truly want to become. Everything else is secondary.                                                                           - Steve Jobs' address to Standford Univ.


당신의 삶은 한정되어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려고 삶을 낭비하지 마라. 다른 사람의 생각안에서 살지를 마라. 다른 사람의 노이즈가 당신의 마음 속의 소리를 덮게 하지 마라. 그리고 당신의 용기와 직관을 따르라.

그것들은 이미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것이다.


- 스티브 잡스

 


회사를 나와서 몇 번을 후회했는지 모른다.

사람마다 맥락이 다 다르겠지만 나는 회사 생활이 회사를 그만둘 만큼 나쁘지가 않았다.

훌륭한 동료들과, 높은 연봉, 그리고 연차가 높아지니 워라벨까지 좋아졌고,

이런 생활을 정년까지 할 수 있는데 나쁜 구석이 크게 있을리 없었다.


문제는 직업적인 소신과 관련된 마음속의 혼돈이었다.

세상은 저널리즘 하나만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없다라는 결론은 점점 마음 속에서 커져만갔고

직업적인 소신은 점점 닳아 없어지고 있었다. 


이건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국내의 언론의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정파적인 문제와 기자 개개인의 역량과 사회에 대한 기여는 분명 구분해야 한다.

mbc안에는 소신있는 훌륭한 기자들이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문제는 레거시 미디어에서 소셜미디어로 이행하면서 저널리즘 하나만으로는 사회의 문제들을 바라보는데 많은 한계가 있다라는 생각이 반복된다는 지점에 있었다. 5년전 휴직을 하고 다녀왔던 영국 런던에서 젊은 친구들과 부딪히면서 다음 세대의 미디어 환경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을 하게되었고, 어찌보면 나의 성공과 안정은 시대를 잘타고 넘어왔다라는 안일함과 맞닿기 시작했다. 



2021.2.19 KAL Lounge



덜컥 회사를 그만둔 뒤, 사람과 삶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20여년간 세상을 관찰하면서 더풍족해진 삶을 살면서 서로를 더 멀리하는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의 방향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다양성을 수용하고 확산하는데 무엇인가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래서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둘러보았다.


그런 마음으로 둘러봤을 때 캐나다는 아직도 난민과 이민자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개방적(?)인 다문화 국가였다. LGBT 커뮤니티가 다운타운에서 퍼레이드를 하고 사람들이 호응하는 나라. 그들이 다양성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궁금했었고, 그런 오지랖은 결국 캐나다 박사에 지원을 해서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도대체 예상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가족을 데리고 가야하는 나는 망설였다. 그리던 와중에 작년 9월 한국에서 캐나다 박사과정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기 시작했고, 시차로 인해서 새벽 3시에서 새벽 6시 사이에 수업을 영어로 들어야 하는 '듣도 보도 상상도 못한' 고문(?)을 나는 견뎌내야 했다. 영어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다시 본 것이니 이 상황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코로나 상황이 좋지 않지만, 캐나다의 여행제한 조치가 강화되면서 이러다 들어가지 못할 수도, 아님 내가 들어가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2월19일 내 생애 가장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다. 

자가 격리 8일째.

자유로워 보이지만 법을 위반했을 경우 벌금이 천문학적인 캐나다에서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

먹을 것도 간당간당하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따라가기 벅찬 수업은 따라가야하고, 거꾸로 이번 학기에는 한국 대학의 강의도 이곳에서 해야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정말 힘들다.

하지만 이 기분은 회사 다닐 때 힘들 때와는 무엇인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힘든데 계속 하게 되는 기분. 힘든데 다시 하게 되는 힘듬. 

나는 회사와 사회가 주는 객관적 시간이 아니라 오롯이 나 혼자만의 주관의 시간을 살고 있다. 


가끔 무언가를 할 때 항상 나이를 들며 '이 나이에..'라는 말로써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삶과 죽음은 객관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서 다행이든, 시간이 짧아서 억울하든 누구나 한정된 시간을 살아 간다. 그냥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삶과 시간의 농도이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의 마음으로 나의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Crystal Blue Sky

 

 내가 회사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한다.

아마 좋은 집에 살면서, 아이를 유학보내고, 때마다 해외여행을 하고, 좋은 음식들을 먹었을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남의 옷 같은 생활이었다. 캐나다를 선택한 것은 공짜로 주어지는 자연이 훌륭해서 내가 적게 가지고도 기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기대, 한국의 삶이 나쁘지 않았지만 삶의 획일성과 변화의 속도가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라는 마음의 소리, 그리고 적어도 딸 아이에게 부동산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의 속도를 결정할 수 있는 옵션은 주고 싶은 마음이 얽히면서 나를 밀어냈기 때문이다. 


버릴 것이 많은 사람들은 버릴 것이 많아서,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아직 부족해서, 

어린 사람은 아직 경험이 없어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나이가 많아서..

서로 다른 이유로 포기하지만, 이 모든 미련 뒤에는 마음 속에 남겨진 자신이 있다.


이 길이 해피엔딩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만큼은 마음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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