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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Jun 05. 2021

한국의 민주주의를 나누며

영화 <택시운전사>속 독일인 기자 힌츠페터를 기억하며 준비하는 국제보도상

기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사회에서는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80년의 5월. 

한국의 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외신의 기자들도 쉽게 광주에 접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의 참상을 우리는 아직도 쉽게 볼 수가 없고, 

많은 시민들은 그날의 기억을 뉴스가 아닌 

<화려한 휴가>나 <택시 운전사>와 같은 영화를 통해서 기억해야만 하는 것 같다. 


<영화 택시 운전사>


독일 ARD 방송사의 일본 특파원이었던 위르겐 힌츠페터는 

바로 그런 현장을 뚫고 광주에서 일어난 참상을 세계에 알린 기자이다.

당시 참상을 담으면서 눈물을 너무 흘려 취재를 여러차례 중단해야 했다고 말했던 그의 

영상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는 당시 택시운전사였던 김사복 씨를 찾았지만 김사복 씨가 먼저 소천하였기 때문에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고, 결국 힌츠페터는 2016년 생을 마감하면서 그를 하늘에서 만나게 되었다. 힌츠페터는 늘 광주에 묻히기를 소망했고, 그의 유지에 따라 그의 머리카락과 손톱 등 신체일부가 518망월동 묘역에 안장되었다.


그를 기억하면서 

518재단과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이 순간에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목숨을 걸고 현장에서 사선을 넘나드는 기자들을 위해 국제 보도상을 준비한다. 이번 상은 홍콩에서 또 미얀마에서, 혹은 내전이 한창인 세계 곳곳의 사지에서 진실을 기록하고자 노력을 하는 기자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준비하는 상이다. 영국의 "로리펙상"을 포함해서 서구권 국가들에게는 비슷한 종류의 상이 몇 개있지만, 제 3세계에서 준비하는 상으로서는 <힌츠페터 어워즈>가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서방의 시각이 아닌, 식민의 경험과 민주주의로 향하는 과도기의 공통된 경험을 공유하면서 준비하는 이 상은 그래서 더욱 현장의 정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홍콩시위대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미얀마의 많은 시민들이 한국 시민들의 응원들에 화답하는 세계가 연결된 세계화의 시대에,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이들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지구촌의 모두가 보다 보편적인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미약한 힘이지만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위원회에 합류했다.



기자라고 할 때 흔히 취재기자를 생각하기 쉬운데 기자중에는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기록하는 영상기자들이 있다. 현장의 진실을 불편부당하게 보도하는 취재기자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데스크가 아닌 현장에서 그 사실을 목격하고 기록해야 하는 카메라의 기자들의 수고와 가치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취재기자는 현장에 없어도 전화를 통한 취재로도 기사작성이 가능하지만, 현장을 담는 것이 일의 근간인 영상기자들은 현장을 떠나서는 직업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저널리즘의 미래에 <빅데이터 저널리즘>, <AI 저널리즘> 같은 기술과 결합된 알고리즘이나 경영의 효율화 같은 말들이 가득차는 세태가 위태로워 보일 때가 많다. 현장에 있지 않은 기자들은 더욱 더 현장의 민심과 정서와 멀어지는 상황이 많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장의 맥락을 보다 잘 기록하고 정보와 지식을 현장에서 생산하는 영상기자들의 역할은 데이터로 세상을 제단하려드는 오늘날 더욱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널리즘에 필요한 것은 머리수 세기 같은 데이터가 아니라, 취재원의 생각과 정서에 온전히 가까와지고, 현장을 의미있게 구성하는 문화기술지적인 기술들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힌츠페터가 없었다면, 

올림픽을 하기 불과 8년전 일어난 상상할 수 없는 참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고, 

제대로 된 기록이 없는 사회에선 

보다 많은 선동과 왜곡과 날조가 가능할 것이다.

 

운영위원을 하다보니 

퓰리처 상을 두번 수상한, 동남아시아의 인신매매를 고발해서 인권을 개선시킨 기자나, 30년간 험지에서 인권보도를 해온 기자들과 메일을 주고 받으며 이들을 알아가고 있다. 이들은 이번 1회 <힌츠페터 어워즈>에 심사위원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들이 온몸으로 지켜온 현장의 가치가 무엇이고, 얼마나 힘든 순간들을 이겨냈는지 알기에 더 많이 배우고,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인"이란 통칭 만큼이나 위험한 일반화인"기자"전체가 모두 "기레기"로 불리는 이 순간에도 아직도 많은 기자들이 내적 외적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또 언론이 통틀어 망가질 때 결국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편해진 다는 것, 좋은 기자가 사라진 자리는 결국 민주주의가 자리잡을 수 없다라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오늘도 전세계의 많은 기자들이 목숨을 내걸고 싸우고 있다라는 것을 이 상을 통해 모두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

*<힌츠페터 어워즈>의 공모 기간이 열렸습니다 (6/1 - 7/10) 

* 10월 27일 시상식이 처음으로 열립니다. 

* 이 글은 준비위원회의 공식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소회임을 밝힙니다.


 

                                                  <힌츠페터 어워즈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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