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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Oct 09. 2021

캐나다 대학생을 바라보며

세계화의 두 얼굴



10월의 밴쿠버.

여행자로서의 삶과 학생으로서의 삶은 평화롭다.


조교를 하면서 이번 주 부터 학생들의 성적을 마킹하기 시작했다.


한국 대학도 유학생들의 수가 적지 않지만,

이곳에서 캐나다, 미국, 러시아, 이란, 중국 등 다양한 학생들의 답안들을 보다보니 여기가 다문화 국가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성적을 내다보니 학생과 메일을 주고 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점수에 한국 이상으로 민감한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 조금 당황스러운 부분이다.


나만의 선입견이었는지 몰라도,

선진국이자 자원부국인 이 곳이

우리가 늘상 하는 입시지옥이나 성적지상주의 같은 단어들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세계화는 분명 영미권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해서 세계를 묶기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세계화에 가장 민감한 대학에서 어문학을 전공했던 까닭이기도 하지만 세계화는 분명 나에게는 낭만 서사였다.


어학연수가 시작되고, 세계 배낭여행이 붐을 이루고,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대.

또 개인적으로 영화에 빠져있던 그 시기에,

해외 영화제를 다니는데 빠져서  어렵게 모은 알바비로 해외 영화제를 다니며 경험한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적어도 나에게는 아직도 생생한 추억들이다.


하지만, 현재의 세계화란 얼굴은 결코 그 때와 같지 않다.


무엇보다도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지고, 시간과 공간은 이윤과 효율중심의 사고들로 물들어있다


우리와 같이 이주가 선택이 될 수 있는 나라들도 있지만

정치적, 경제적 난민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화가 바꾸어 놓고 있는 세상은

어떤 이들에게는 혐오에 대상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일터와 나라를 황폐화시키는 힘이자 생존을 위한 강한 압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시각에서 이 낯선 곳에서 어린 학생들이 성적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조금 애잔한 마음이 든다.


외부적인 요인에서이든, 아님 자의적 선택이든,

이곳의 학생들은 새로운 사회에 안착하기 위해

우리와는 또 결이 다른 처절할만큼의 치열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고단함과 성적에 대한 민감함을 보다보니

아무리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평을 해보아도,

자산가치 인플레이션의 흐름을 타고

내가 낭만적인 서사의 마지막 사다리를 밟고 온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그 때 세계 여러나라에서 보았던 그 아름다운 인간적인 이야기들과, 서로 마주 잡은 손으로 경험한 새로운 세상,그리고 그 느낌을 소담하게 담아주던

그 작은 이야기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일까?


그 때 내가 경험 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것을 경험하는 세대들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는 이들에게 오징어게임을 권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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