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십대의 반란 Feb 10. 2022

충분히 실험적인 1년간의 삶

캐나다 거주 1년에 대한 소회

캐나다에 온 지 만 1년이 되어간다.


직업 특성상 미국이나 유럽 뿐 아니라 남아프리카 같은 가기 힘든 곳들도 자주 가곤했다.


 역마가 있는 것인지 직업적 호기심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나이부터 해외에서 나가 사는 분들이 새로운 곳에서 겪게 되는 일화들에 관심이 많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에서 1년을 거주하면서 그 분들 얼굴들이 하나 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렇게 웃고 계셨지만,

낯선 곳에서 생존을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 지

그 때 왜 더 한번 손을 잡아드리지 못했나,

고생하셨다고 따뜻한 말한번 건내지 못했나

지금에서야 후회가 된다.


돌아보니 캐나다에서의 삶은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사유화되지 않은 자연이 있기 때문에

매일 산책을 나가고 자주 여행도 가지만,

비싼 주거비를 제외하고는 생활비를 크게 쓰지는 않았다.


날씨가 좋지 않은 겨울나기가 쉽지 않지만,

동네마다 있는 아이스링크나 훌륭한 스키장들이 있어서 겨울도 그렇게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


Golden Ears Provincial Park, BC (2022.2)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한국에서만큼 돈을 벌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정서적으로는 서로를 더 세심하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많다.


한국에서는 늘 아쉬웠지만,

함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많다고 해서

가족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Allouette Lake


다행히 이곳에서 박사를 하면서 조교활동(TA)를 통해

상대적으로 돈을 고생하며 벌지는 않는 것 같다.

한국 조교 시스템과는 다르게 자발적으로

주 3일 정도만 일을 하고 있고, 노력에 비해서는

생활이 되는 편이다.


평생 되지 않을 것 같던 영어도

학부생들의 연구과제를 도와주다보니,

되든 안되든 해야 하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조교활동2022


 존대말이  없는수평적인 문화는  많은 영감과 성장을 준다. 나이를 묻지 않는 문화 덕분에 더이상 아파트 값이나 재태크,  골프 같은 매일 반복되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새로운 눈높이에서 미래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자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발전했기 때문에

더 이상 외국을 동경하면서 살아가기 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나가서 다양성을 넓히고, 우리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우리가 지겹다고 하는 지금의 정치 수준도

많은 나라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다.


 


생각은 많지만 분명히 생존과 이상에 대한 내적 협상을 날마다 한다.  분명 여행과 이런 장기간의 정주는 다르다.안정적인 직장에서 휴가로 나오던 밴쿠버와 지금의 밴쿠버는 다르다. 


이민 1세대에서 워크홀리데이 비자로 온 분들까지 서로 삶을 해석하고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낯선 곳에서 산다는 것은 치열함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워낙 안정적인 환경에 있었다보니

아이러니하게 회사를 나오고 나니 통장잔고에 대해서

더 자주 생각을 하고 계산을 하게 되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나오지 않았더라면 나의 삶은 더 편했겠지"란 후회는 지워버릴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늘 스스로 복기하듯이 삶은 단 한번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없는 김빠진 맥주 같은 삶은 다시 선택의 순간이 된다고 해도 맞이하고 싶지 않다.

주어진 모든 시간이 특별한 시간들이었으면 좋겠다.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충분히 실험적인 삶을 살아내고 있는

나와 가족들, 그리고 외국에서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해 본다

모두 화이팅.



        


작가의 이전글 캐나다 대학원과 경제적 혜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