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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May 01. 2022

캐나다의 공원

공원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캐나다는 공원의 천국이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 인근에 여러 개의 잘 갖춰진 공원이 있다.

공원은 이미 한 도시의 상징적 공간이 되고 있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 런던의 하이드파크, 그리고 여기 밴쿠버의 스탠리 파크는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핫스팟이다.


영국 리치몬드 파크 (2015)


세계 여러 곳의 공원을 다니다 보면 이런 공원들이 도대체 언제 생겼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공원의 역사는 인류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가든을 만들고, 아시리아인들이 사냥 정원을 만들면서 이들은 농경 이외의 공간을 상상해냈다. 로마인들은 공공 만남의 장소로, 즐거움과 운동, 사냥, 예술, 그리고 황제를 기념하는 공간으로써 공원을 만들었다. 이런 공원의 형태는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빌라의 모델이 되었고, 이런 공간 디자인은 이 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Birkenhead Park


사유지가 아닌 공공 공원(Public park)은 1847년 건축가 조세프 팍스톤(Joseph Paxton)이 영국 리버풀에 디자인한 Birkenhead park를 꼽는데, 이 공원의 공간적 상상력은 뉴욕과 파리로 퍼져 나가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 공원의 모델이 되었다.


공공공원은 미학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서양사에서 공원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그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농촌을 떠나 공업도시로 급속히 몰려든 수백만명의 사람들은 자연과 접할 수 는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하면서 정신건강과 도덕적 타락 같은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특히, 이렇게 급속하게 몰려든 사람들의 보건을 책임질 공공보건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당시에는 공원이 이들의 건강을 유지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된다.


공원이 필요없을 것 같은 자연이 좋은 캐나다는 놀랍게도 정말 많은 공원이 있다. 동네에 파크가 즐비하다 보니 멀리 차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자연과 만날 수 있다.






Port Moody Park


캐나다의 공원은 1830년대 북미지역에서 일었던 교외 묘지 조성 사업(Rural cemetery movement)의 일환으로 발전을 하게 된다. 이들 묘역은 피크닉과 산책을 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이 되었다.

포트랭리 묘역(Fort Langley Cemetery)


캐나다의 공원은 그 뒤 1880년에서 1914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캐나다 공원철학의 바탕에는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의 도시공원 설계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 디자인의 핵심은 목초지 중심의 공원인데, 이는 영국의 전경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여기 BC주를 포함해서 캐나다의 여러 주는19세기말 공원을 법제화하는데 그 핵심에는 모든 사회적 계급이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현대의 공원들은 미학과 기능주의를 뛰어넘는 상징적 공간으로서 자리잡고 있지만, 그렇게 화려하지 않은 캐나다의 공원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모든 계급이 접근가능해야 한다는 캐나다 공원 철학이 주는 소확행을 매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공원은 잘 갖춰진 편이지만, 보다 많은 공간이 사유화되고 리조트화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전용해변을 사용하는 리조트나, 전망이 좋은 곳에 떡하니 서있는 호텔들은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퇴사를 하기 전에는 왕왕 그런 시설들을 이용하곤 했었는데, 그 때에도 그런 배타적 시설들이 뿜어대는 공간 철학은 나와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공간이 사유화되고, 자연이 주는 미적체험과 힐링의 총량을 자본을 통해 정도를 나눈다면, 그렇게 공원의 공공성을 사유화한다면, 결국 더많은 욕망이 잉태되고, 그만큼 사회적 긴장은 올라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던 생활과 비교하면, 지금은 거의 경제적 활동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호텔이나 여행경비로 큰 비용을 사용하기 부담스럽다. 하지만, 퇴사의 결정과 험난한 박사생활을 위로(?) 받는 공간으로서의 공원은 그런 나의 빈 곳을 채워준다. 공부를 하다가 매일 걷는 공간들은 정말 많은 위안을 준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다. 이제 캐나다와 비교해도 우리는 훨씬 교육이 잘된 인재들과 기술과 인프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서 느끼는 것은, 사회가 부드럽게 흘러가기 위해서는 확실히 폭넓은 중산층이 있어야 하고, 공간적으로는  이렇게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서열화되지 않은 힐링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공원들은 그 자체로 이런 철학을 뿜어내고 있다.


그 덕분에, 그 혜택을 누리며, 돈을 들이지 않고  내일도 공원으로 무료 바베큐를 즐기러 갈 것이다.


칠리왁 (Chilliw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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