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자로 백신 접종 완료자는 캐나다 입국시 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 같은 검사결과지 제출의무가 사라졌다. 미국 입국은 항공으로 들어갈 때는 신속항원검사를 요구하지만, 육로로 이동할 때는 별도의 검사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작년 2월에 캐나다에 박사과정으로 들어왔을 때는 그 험난함도 모르고 자동차로 북미 대륙을 횡단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작년 봄 코로나 상황은 캐나다나 미국이나 모두 좋지 않았고, 필수인력이 아니면 국경을 육로로 넘는 길은 닺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밴쿠버가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안에서도 보건 구역 밖으로의 여행 자체가 불가능했다.
박사과정도 하나의 여행의 빌미(?) 혹은 또 다른 정신적 여행(?)으로 오해(?)했었기 때문에, 여행도 못하고 학교와 집에 갖혀서 책을 읽던 시간들은 나의 뒷통수를 때리는 그만큼 힘든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동네 주변의 작은 공원들까지 하나씩 매주 찾아다니면서, 나무 한그루 한그루, 길에 누운 풀 하나 하나 까지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 미국과 캐나다는 같거나 비슷한 색으로 봤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하는 캐나다는 미국보다는 영국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 심리적 경계 때문일까, 그래서 밴쿠버에서 2시간 반이면 차로 갈 수 있는 시애틀을 가는 것은 짧은 거리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 갈 때의 설렘을 준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미국입국에 필요한 서류(ESTA)를 준비해야 한다. 캐나다에 거주하며 육로로 국경을 넘을 때는 ESTA가 필요없다라고들 한다. 하지만 항공으로 들어올 때는 ESTA가 필요한데, ESTA 유효기간이 2년이다 보니, 아무래도 비행기를 타고 몇 차례는 미국 여행을 갈 것 같아서 이번에 다시 신청을 하였다.
공식적인 싸이트인데, 영어가 불편해도 홈페이지 우측에 언어 선택란에 한국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어 안내를 보며 작성이 가능하다. 1인당 14달러의 비용이 든다. 가족은 '그룹'을 선택을 하면 1인씩 모두 작성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대행서비스도 있지만 이보다는 가격이 드는데, 한글서비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보이는대로 영문으로만 작성을 해서 넣으면 된다. 포털에 작성 예시들을 상세히 적은 블로그들도 찾을 수 있다. 여행자들이 적어서 그런지 ESTA는 빛의 속도로 몇 시간만에 발급되었다.
워싱턴주_자연이 비슷하지만 규모가 더 큰 느낌을 준다
국경을 넘을 때는 수수료로 다시 1인당 6달러씩을 냈다. 캐나다 국적자들은 간단하게 입출국이 되는 것 같았지만, 국제학생으로 있거나 취업비자로 있는 우리들은 게이트에서 안내하는 곳으로 차를 세우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공항에서 했던 것과 비슷한 입국절차를 거쳤다. 백신접종증명서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민국 직원은 캐나다의 신분과 미국 방문의 목적, 체류기간을 물어보았다. 당일은 1day로, 1박은 1night으로 대답을 하면 된다. 캐나다의 많은 도시와 타운들이 미국 국경선과 가까운 곳들에 주로 위치해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포인트는 많은 편이다.
시애틀 다운타운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아침 7시에 도착하니 10분도 소요되지 않고 미국 국경을 넘었다. 아무래도 중학생 딸이 있기 때문에 가는 길에 체험을 생각하고 보잉 본사에 가장 먼저 들렀다. 견학 프로그램처럼 운영을 하는데 (The future of Flight) 개인적으로는 허술한 전시물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예전에는 공장 견학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코로나 시국에서는 운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벽에 붙여진 역사적 사진 몇 장과 모형 몇 개가 전부라서, 과천 과학관 정도를 가봤던 사람들은 정말 눈물나게 입장료가 아까울 수 있다. 공장이 개방된다면 조금 다를 수 있겠다.
거기서 남쪽으로 30분만 내려가면 시애틀 다운타운이 나온다. 도시의 모양새는 시애틀이 조금 더 다이나믹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시애틀의 상징인 Space needle, Old market, 팝아트 뮤지엄, 스타벅스 1호점과 규모가 엄청난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3킬로 바운더리 안에 모여 있다. 걷기는 좀 거리가 있고, 차로 이동하기에는 좀 주차가 애매하다. 대형 주차장들이 사이사이 있기 때문에 시내에 주차를 해놓고 다닐만하다. 지금 여기 상황은 오미크론 이후론 코로나가 잊혀진 것처럼 사람들이 다니고 있다. 올드마켓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스타벅스도 들어가려면 일찍 움직여야 들어 갈 수 있을 정도이다. 여기 스타벅스는 아침 7시면 문을 열고 있다. 여기는 크랩팟이나 블랙앵거스 식당도 유명하다.
시애틀 스타벅스 리저브
시애틀 다운타운은 개인적으로는 뉴욕같은 압도적인 스케일이 없기 때문에, 또한 밴쿠버 생활을 경험했기에 그렇게 큰 감흥은 없는 것 같다. 그 보다는 개인적으로 시애틀 우측에 있는 Kirkland와 Bellvue쪽이 더 전원적이고 인상깊었던 것 같다. 번잡한 서울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인지, 캐나다에 동화되어서 인지 녹지가 많은 공간이 더 편한 것 같다. 도심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워싱턴대학교도 날씨 좋은 날 산책하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1861년에 만들어진 학교인만큼 건물들이 고풍스럽고 캠퍼스도 아름다웠다.
시애틀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를 남쪽으로 내려오면 워싱턴주 청사가 있는 올림피아가 나타난다. 이곳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여행 분위기는 났었던 것 같다. 이곳에는 워싱턴주 청사가 있다.
올림피아쪽에서 보이는 워싱턴주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시애틀 보다는 워싱턴주에 있는 국립공원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밴쿠버와 비슷할 것 같지만, 캐나다 국경을 넘으면, 높고 멋진 산맥들로 이루어진 국립공원, 국유림들이 나타나는데 비슷한 위치에 있는 캐나다쪽의 칠리웍에서 오카나간 구간에 비해서는 규모가 크고 웅장해서 더욱 느낌이 좋았다. 로키산맥은 밴쿠버에서 가기에 상당히 멀지만 이곳 자연들이 좋아서 시간이 되면 이곳으로 자연구경을 다시 오고 싶다.
레븐워스 가는길에서 점심을 먹었던 공원. 어릴 적 서울 하늘도 저런 색이었다.
미국의 독일인 마을로 불리는 레븐워스(Leavenworth)도 미국적 특색을 가진 마을이었다. 한적하지만 캐나다의 도시들에 비하면 더 관광지화 되어 있는 그런 마을. 하지만 산을 타고 가는 길은 드라이브하기에 참 좋은 길이었다. 시애틀에서는 2시간 반정도가 소요된다.
레븐워스가는 길에 만난 스키장. 4월 중순에 다운힐을 하고 있다.
Leavenworth
기분 때문일까. 확실히 캐나다내에서 다닐 때보다는 해외여행의 느낌이 많이 난다. 길과 시스템, 그리고 자연풍경도 닯았지만, 여행 기분은 확실히 더 났었던 것 같다. 기름값이 미국이 캐나다에 비해서 싸기 때문에 다닐 때 부담도 조금 덜 한 것 같다. 조금 긴 여행이라면 의료비가 천문학적인 미국인만큼 여행자 보험이 필요할 것 같다.
캐나다 국경으로 들어오는 차량 1KM정체
이번 여행에서 최대의 실수는 모두가 돌아올 시간인 저녁 7시 정도에 국경을 넘은 것이다. 부활절 연휴였던 이번에는 캐나다 국경을 넘어올 때 2시간 정도가 걸렸다. 역시 여행에서 가장 피해야할 타이밍인 오심즉여심(내 마음이 곧 너의 마음이다)타임은 피해야 할 것 같다. 모두가 들어오는 시간에 국경을 넘는 것은 정말 하지 말아야 겠다고 화장실이 급한 배를 부여잡고 다짐을 했다. 들어올 때는 입국심사가 더 간단했다. ArriveCan앱에 들어오기 72시간이내에 신고를 해놓고, 입국 심사대에 오면 비자상태를 보고, 구매한 것이 있는지를 묻는다. 검사하는 사람도 지나가는 우리도 모두 피곤해서인지 그냥 통과.
이렇게 갑자기 보복여행심리가 터져서인지, 정신 없이 다닌 1박2일의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회사를 오갔을 시간에 오늘도 이렇게 일탈을 하며 하루가 살아졌다.
한국 뉴스를 보니 일을 너무 하고 싶다며 재보궐선거에 나오는 나오지말아야 할 노인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