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어쩌다 아르바이트생 EP.008
곧 있으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된다. 예전 정규직 사무직으로 일했을 때와는 다르게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1시간은 업무의 밀도가 다른 느낌이다. 일단은 서서 일하는 것부터가 체력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고 아무래도 아르바이트기 때문에 눈치가 보이고 업무 중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화장실 가는 것도 공유해야 하고 쉽게 전화를 받을 수도 없어 불편하긴 하지만 시키는 것만 잘하면 돼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어 그게 가장 좋다. 역시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은 여전히 삶을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삶을 버틴다는 말 자체가 과거에는 굉장히 싫었는데 (예를 들면, 이틀만 버티면 주말이다) 요즘은 그냥 잘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환경에 있던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삶에서 고통, 불안함과 모호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포인트는 이러한 불안과 모호함을 어떻게, 본인만의 방식으로 잘 버티며 잊고 이겨내는가인 것 같다.
달콤한 주말의 휴식을 바라보며 지루한 평일을 잘 흘려보내고 퇴근 이후 맛있는 저녁 식사를 기대하며 그날그날의 힘든 일상을 잘 견뎌내는 일. 어떻게 보면 단순하지만 이것들이 그래도 고통 가득한 내 삶을 잘 견뎌내고 보다 잘 살아가게 만들었던 것 같다. 권태와 고통 가득한 삶을 꾸역꾸역 견디어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삶에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주말의 휴식이든. 여행이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이든. 이 것들을 위해 나는 지금의 내 삶을 잘 버텨내고 있다.
계속되는 서류 탈락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아 현실이 불안하고 체력적으로 힘든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내 삶을 잘 버티고 나만의 방식으로 이 삶을 잘 견뎌내고 있다. 어느 유튜브에서 본 "헤맨 만큼 내 땅이다"라는 표현처럼 어찌 됐건 지금 시기에 하고 있는 경험과 생각들 전부 나를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의 일부이기에 순간순간을 느끼고 기억하며 지금을 잘 버티고 현명하게 흘려보내야겠다.